꿈을 꾼다.
A가 약혼을 한다고 말했다.
나는 축하한다고 했다.
그리고 A가 나에게 B와 C의 학생증과 구겨진 지폐가 있는 돈을 주었다.
어?
이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돈을 왜 나에게 주지?
B와 C도 정혼하기로 했단다.
나에게 B와 C의 학생증과 지폐를 돌려주라는 말인가?
하지만 A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폐는 내가 가져도 되는 것인가?
B와 C는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가?
아니다. 이 돈을 탐을 냈구나.
약혼과 정혼은 같은 것인가?
파혼이라고 했던 것인가?
A는 이미 결혼했고 자식도 있는데
또 약혼을 한다고?
다른 나라 가더니 그 나라 여자를 만나서 또 약혼을 하는 것인가?
파혼을 하거나 이혼을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은가?
계속 순환되는 생각 속에서
아... 꿈이다... 라고 했다.
이것은 다 꿈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근데
이 돈은 어떻게 하지?
이 신분증은 어떻게 돌려주지?
뭐라는거야?
잠에서 깨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에 욕심을 내는 것이야?
그런데 이혼하는 것인가? 약혼하는 것인가...
아.. 사람이 이렇게 사로 잡히는 것이구나.
꿈은 이렇게 내 욕심을 현실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나를 그 속으로 잡아 끌어들어간다.
우리의 추측이란 것은
때로는 예측이 될 수도 있으나
예측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로잡히게 된다.
운전하고 길을 가다가 저 사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방어운전을 한다.
이것은 예측이다.
튀어나올지 안나올지 알 수 없다.
갑자기 뒤돌아갈 수도 있다.
튀어나올 수도 있다.
튀어나올 것이다.
반드시 튀어나온다. 고 사로잡힌다.
나는 꿈을 꾸면서
내 생각에 사로 잡혔고
아무 것도 없었고
단지 꿈 속에서 학생증 두장과 지폐다발을 두고
혼자 무한 루틴의 생각을 했다.
풀리지 않는다.
당연히 풀리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일 뿐이니까.
내가 지어놓은 상상의 순환고리 일 뿐이다.
거기에 답은 없다.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내가 그 중 하나 연결고리가 없어서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아마 누군가 자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면
저 인간 꿈꾸고 있구나.. 했을 것이다.
벗어나야 한다.
나는 꿈 속에서 반복되는 상상을 잡고 있으면서도
또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을 찾았으면서도
그 둘을 오가며 벗어났다가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아마 그 지폐를 내 것으로 만들 욕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그 안에 스스로 질문의 순환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결국 꿈에 스스로 빠져들었다.
욕심에 의해.
잠에서 깨면 아무것도 없다. 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존재하는 것 같은 그 돈에 눈이 멀었다.
그것을 내가...
다시 나의 자의식이 발동하였다.
그 돈은 어제 내가 은행에 들고가던 지폐이다.
그것이 꿈이 된 것이다.
악순환에 빠져드는 나를 붙잡으려는 의식이다.
A는 병원의 다른 의사이고
B는 A와 같이 일한 적이 있는 후배이고
C는 모르는 사람이다.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차례로 떠오른 것 뿐이다.
.. 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제 잠에서 깨서 일어났다.
아무것도 없는 내 방이다.
그 학생증도 없고, 돈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데 열심히 생각했다.
뭔가 강박증이 생겼다면
그 안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기에 휘저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 나올것이라고 생각하여
그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욕심을 버려."
고등학교 때 친구 한명이 나에게 해준 말.
그 말이 나에겐 아직도 영향이 있다.
친구가 그 뜻의 의미를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때 부터 욕심을 내려놓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 내가 뭔가에 집착해 있을 때 였는데
친구의 한마디에
그냥 멈추고 툭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으나
움켜쥐고 있던 것을 그냥 내려놓듯이 했던 마음만 기억난다.
현실도 마치 꿈같지 않은가?
기억에도 없는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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