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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자 의사생활/의학잡담

중국에서 중의학 배우러 온 사람들

by 외노자 ParkSam 202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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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있다보면
선생님에게 또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중국 의사이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중국어가 잘 되니 소통하는데 문제 없고
자기 나름대로 경험도 있다.

1.
의사 면허는 있는데
지금 병원에서 행정일을 하고 있다.
자기가 임상을 안한지 오래되었단다.
배우고 싶어서 왔다.
일주일에 한번씩 3시간 걸려서 기차타고 온다.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뭐 오든 말든 신경쓰진 않는다.

그렇게 6개월정도 오가다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간혹 나에게 메세지로
환자가 왔는데 어떻게 치료하냐고 묻기도 하는데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대답해주지만
자신이 전혀 모르는 것에는 대답해줄 수가 없다.
하나하나 다 가르쳐줄 수는 없다.
아이디어는 줄 수 있지만
수업을 해 줄 수는 없다.

2.
전화가 왔다.
학교 후배다.
사암침법에 대해 알려달란다.
되물었다.
사암침법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
모른다.
근데 뭘 물어보냐, 책 부터 보고 와라.
그러지 말고 가르쳐달라.
아는게 있어야 가르쳐주지.
니가 뭘 아는게 있고, 궁금한게 뭔가 있어야 가르쳐주지
그냥 수업을 해달라는 거냐?
석사까지 한 후배이기에 꺼져라, 고 했다.

3.
전화가 왔다.
또 그 후배다.
신장병 환자가 왔다.
치료하고 싶다.
신장병에 대해 알려달라.
신장병 치료해봤냐?
처음이다.
니가 책임질 수 없으면 다른 의사에게 보내라.
그래도 해봐야 나중에 치료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건 니 사정이고 환자 몸에 실험하지 마라.
환자는 니가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몸을 맡기는 것인데
너는 처음 보는 것이고 실험을 할 생각이냐?
꺼져라.
욕을 했다.

4.
한 의사가 선생님을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무슨 전승과정이 생겼는데
국가에서 하는 일종의 사업이었다.
유능한 의사를 유명한 의사에게 제자로 붙여주는??
나름 엄청 열심히 하고
지금도 제자로 잘 지내고 있다.
고생도 많이 했다.
겸손하기도 하고.
나중에 그가 말하길
만약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자기는 언젠가 의료사고가 나서 감옥에 갔을지도 모르겠다, 고 한다.
그동안 자기가 사용하던 약들이 독성이 강한 약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에 그런 학파가 있다. 火神派

5.
선생님 옆에 앉아있던 수많은 학생들이 있다.
견습을 나왔던 학생들.
가끔 견습생들이 싸인을 받아가야 하는데
내가 대신 해주곤 했다.
차트를 써서 검사받고 싸인해주어야 했다.
열심히 써서 오는 학생도 있고
시간 때우다가 가는 학생도 있고
아파요, 하고 가는 학생도 있다.

너무 많은 학생들이 있어서
간다고 하면 자리가 좀 비겠군. 하며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을 놓치겠군. 하는 생각도 했다.

간혹 몇개월간 따라다니던 학생들도 있고
유학생들도 있고
몇년 있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들이 배웠다고 하는데
배운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정말 선생님의 의학을 배웠는가?
아니면 처방전만 봤는가.

6.
견습이란 옆에서 지켜보면서
선생님의 의학을 배우는 것이다.
지식만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기본 지식이 있어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더 배울 수 있다.
선생님에 대해 모르면 배울 수 있는 것이 적다.

7.
난 석사를 하기전부터
선생님에 대한 논문과 책을 찾아보았다.
이미 석사 입학 전에 선생님의 논문은 다 본 상태였고
선생님이 쓴 책도 몇권 다 본 상태였다.
그 이후로도 선생님 옆에서 4년을 보고 배웠다.

8.
의학은 임상에서 이루어진다.
침대 옆에서.
환자와 의사가 있는 공간에서.
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책도 봐야 한다.
모든 것을 임상에서 다 배울 수는 없다.

임상에서 책으로 기록하고
책을 임상에서 재확인하고

임상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보고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질문이 있다면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진 않는다.
교과서처럼 읽어주지 않는다.
그런 임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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