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간혹 후배들의 처방을 봐주곤 했다.
차트와 처방을 받아보고
진단까지 보면
서로가 통하지 않는다.
환자의 병의
증상으로 진단하고, 치료방법과 처방이
하나의 병기로 통해야 비로소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증상, 진단은 이런 병기이고
치료방법 처방은 다른 병기이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왜 이렇게 진단하고 이 처방을 썼냐~라고 물으면
그것을 써야할 것 같아서요, 라고 한다.
내 질문의 의도는
진단과 치료가 다르다, 는 말이었다.
진단과 치료의 병기病机가 서로 다른데, 되겠냐? 라는 말이었다.
나도 친절하지 않아서 말이 곱게 설명해주진 않는다.
생각해봐라.
진단이 맞아도 처방이 맞긴 어렵다.
처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가르친대로 글자에 의해서 이해하면
처방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실제를 통해서 습득해야 하지만
경험이 없이 글로 배웠기 때문이다.
글로 배우면 아는 것은 많지만
쓸수가 없다.
아는 것이 많다고 보이는 것이 많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약을 검색하면 정보가 다 나온다.
그러면 그 약을 쓸 수 있는가?
그 약재를 쓸 수 있는가?
아이를 데려온 환자가 묻는다.
이 약은 뭐고. 저 약은 뭐고…
자기가 중의에 관심이 많아서 배우고 있다.
자기가 아이가 아플 때 이약을 먹였다.
아, 그래?
니 아이에게 실험하진 마라.
환자는 듣고 기분 나빴을 것이지만
진심의 경고이다.
그러다가 잘못되어서 병원에 와서
의사에게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이게 좋더라, 이게 좋더라..
이제는 그걸 넘어서서 의사들이
이게 왜, 왜 좋더라~ 라고 설명하는 인터넷이다.
그걸 안다고 쓸 수 있을까?
피해갈 수 없는 정보가 비처럼 쏟아진다.
쉽게 마실 수 있는 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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