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미니멀리즘이나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다만 불필요한 것은 가능한 갖지 않는 편이다.
중국에 유학와서 처음엔 필요한 물건이 많았다.
냉장고도 사고 티비도 사고.
그릇도, 밥솥도, 이불도
자전거도 사고..
북경으로 이사한 후
이케아가 있었다.
처음엔 뭔지도 몰랐는데
가보니 별천지.
중저가인데 깔끔하게 이쁘다.
가끔 동생과 가서
소품이든 뭐든 한보따리씩 사들고 왔다.
엄청 많이 들고 왔는데
슥슥슥 자리배치를 하는 순간
그 많던 물건은 소리없이 사라졌음을 느꼈다.
그리고 알게되었다.
사실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란 것을.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쓸모도 없었다.
물건을 봤을 때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필요할 것 같아~
하고 샀는데
집에 오니 쓸모가 없어졌다.
쓸모없는 물건은 그대로 방치되고
버려졌다.
나는 물건을 사서 쓰지도 않고 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물건들이 좋아보이는데
써보면 사실 좋지 않았다.
얼마 전에 목욕하는 전동 브러쉬를 샀다.
저것이 있으면 더 깨끗하게 목욕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동안 써보다가 느낀 점이
내가 이 비싸고 무거운 전동브러쉬를 쓰니
평소보다 더 정성껏 씻는 것을 알게 된다.
근데 그 무게 때문에 어깨가 결린다.
다시 원래 쓰던 다이소 1000원짜리 샤워타월을 썼다.
샤워타월이 더 잘 닦인다. ㅡ.ㅡ;
정성껏 씻어도 무게가 거의 없으니 어깨가 안결린다.
오마이갓.
또 애물단지를 모셔두게 되었다.
가끔 쓰겠지만, 글쎄다.
더 좋을 것 같은 욕망.
더 나아질 것 같은 욕망에 휩싸여
돈을 쓰고
나는 얼마 지나면 버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그 물건을 써봤다는 경험이 생긴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써봐도 별것 없다는 경험을 얻게 된다.
어리석음은 다음에도 또 발동할 수 있으나,
이번 경험으로 발동할 수 있는 확률은 좀 낮아질 것이다.
물건은 기본만 있으면 된다.
필요이상의 기능/성능은 사실 필요가 없다.
옵션일 뿐이다.
자동차의 썬루프를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있으면 좋겠지만, 쓸 일이 없다.
그런 것을 줄이면 된다.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그러나 안쓰게 되는,
어딘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걸어두고 입지 않는 옷,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물건,
버리고 나면 필요를 느끼게 될까봐 못버리는 물건.
대부분 1년에 한번도 쓰지 않으면서
그렇게 계속 몇 년씩 놔둔 물건.
냉장고 속에 숨어있는
언제 넣은지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음식.
펜꽂이에 쓰지도 않는 많은 볼펜들.
볼펜 하나 다 쓰는데
아무리 많이 써도 한달에 하나 쓸까말까 하는데
한박스씩 사두고 있으니.
그게 싸서 한박스를 사긴 했지만
몇년이 지나도 다 못쓰고 있다.
쓸만한 물건을 쓰고 있다면
더 좋은 물건으로 바꾸지 않는 편이다.
같은 물건을 두개 가지고 있다면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관리도 두번 해야 한다.
자전거가 2대가 있었다.
거실에 자리차지 하기도 하고
자전거 두대를 가끔 손봐야 한다.
주로 타고 다니는 것은 하나인데
두대를 동시에 탈 수도 없는데.
용도에 따라 골라서 탄다?
기분에 따라 골라서 옷을 입듯이?
난 옷도 같은 옷만 입는다.
ㅎㅎ
자전거 하나를 한국에 있는 후배에게 보내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본래 후배의 자전거였고,
후배가 나에게 준 것이었다.
누군가 또 나에게 자전거를 주었다.
그래서 2대가 된 것이다.
후배의 것을 후배에게 한국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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