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할 때가 있고
바쁠 때가 있다.
이상하리만큼 한가해질 때면
다른 일을 찾아본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문제를 꺼내어 해결해본다.
문제라는 것은
그동안 진료했던 것이나 관련된 것에 대한 것.
환자를 보다보면
어느 순간 딱 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고
그 중에 한 포인트가 있다.
그것을 정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어떤 경우는
효과가 딱 나지 않고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에 대해 수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환자에게 정해진 처방이나 치료법은 없다.
항상 임기응변이다.
때에 따라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 기질에 맞게 마땅히 변해야 한다.
환자는 몸 상태가 바뀌고
날씨나 계절도 바뀐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니 그 변화도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감기가 유행하는 것도
또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것도.
변화하지 않고
처방이 그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
간혹 환자의 처방이 그대로 고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계절이나 날씨 등의 바뀌는 것에 따라 살짝 수정해주면 좋다.
혹은 감기가 유행하고 있을 때는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을 추가하기도 한다.
침을 놓는 것 역시 그렇다.
계속 똑같이 침을 놓는 것 같지만
그때그때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추가하거나 빼고 한다.
변화하지 않는 듯 하지만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는 듯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을 항恒이라고 하고 상常이라고 한다.
변화가 유지되어 있으나
적정한 범위 안에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은
생명이 없는 것이다.
아무 변화가 없는 것도 판단해야 하고
변화가 있는 것도 판단해야 한다.
의학은 그래서 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수치를 버리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하루에 혈당의 변화가 있듯이
공복혈당을 재었다고 해서 그 수치가 계속 유지도는 것도 아니다.
체중도 하루에 수십번 변화한다.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계속 변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체중계 위에서 우리의 다이어트를 걱정한다.
체중계 위에서 물 한잔 마시면 바로 올라가는 숫자에 마음을 쏟는다.
그 하루의 변화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
그 변화 폭이 있고 그 변화폭이 하락하는지 상승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밥 먹고 체중계에 올라가서 살 쪘네? 라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은 종종 벌어진다.
화장실 갔다와서 살 빠졌네~ 라고 만족하는 것 역시 같은 일이다.
우리의 몸은 계속 변화한다.
몸의 상태가 좋아지는 주기도 있고
나빠지는 주기도 있다.
과거에는 나이 70을 넘기기 어려웠다.
70 전후로 큰병을 앓게 된다.
어떤 이유가 있을까?
그것은 모르겠으나, 70대를 넘어서면서
큰병이 한번씩 찾아오곤 했다.
의학이 지금처럼 발전되지 않았다면
인간의 수명은 그대로일 것이다.
70대에 한번씩 찾아오는 큰 변화.
그것을 버티면 더 살고,
버티지 못하면 죽는다.
몸이 건강해질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생활이 가능한 건강을 유지할 수는 있다.
30대 까지는 몸이 잘 회복되지만
40대가 되면 기력이 딸리기 시작하고 회복이 더디다.
50대가 되면 그동안 버티고 살아왔던 것이 이미 많이 드러나있다.
오죽하면 오십견이라고 했을까?
50대가 되면서 한번씩 찾아오는 오십견/견주염은
그동안 팔을 많이 써왔고 힘들었기 때문에 툭~ 하고 고장이 난다.
60대까지는 잘 버티며 몸을 잘 간수한다.
이제서야 나이들어 힘든 몸을 알기 때문이다.
50대까지는 아직 기력이 있어서 젊은데! 라며 할 수 있지만
60대가 되면 아, 이제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 한다.
그러다가 70대가 되면 한풀 꺾이는 시기가 온다.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여러가지 많겠지만
무엇보다 자기 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고,
일이 커지고 나서야 치료하면 조금 늦고 치료도 더디다.
질병이란 것도
시간이 오래되면
체질처럼 바뀌어 몸의 일부처럼 달고 살게 된다.
잘 떨어지지 않고 낫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감안하고 살아야 하는 것도 있지만
치료하여 나을 수 있는 정도까지는 치료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고인물도 휘저어주어야 썩지 않는다.
의학도 그렇다.
새로운 것은 계속 나오고
수많은 의사들의 경험은 아직 다 논문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논문에는 모든 것이 실려있지 않다.
가장 좋은 결과를 논문에 실지 않는다.
간혹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은 논문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계속 새로운 연구를 하지만
실용/상용하긴 어려운 부분들도 많다.
또한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호함도 있을 수 있다.
사실 그 모호함을 과학이라는 것으로
계속 구체화시키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모호함은 남아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할 두개의 수평선처럼.
오차는 생길 수 밖에 없다.
분자, 원자까지 갔으면 끝났을 것 같았는데
더 작은 것들이 나오고
그 작은 것들이 사라지고 초끈까지 나온다.
파동으로 이어지는데
그 다음엔 또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다.
평행우주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론일 뿐
아직 경험하거나 본 사람은 없다.
곧 세상이 뒤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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