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받았다.
요즘 무엇을 공부하는지.
난 정말. 잘. 공부하지 않는다.
전혀 안보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분야를 일정기간 공부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영어 공부? ㅋㅋ
중의학/한의학 의학 이론은 각 체계가 있고
그 분야마다 이론이 있다.
온병학이든, 사암침법이든, 체질의학이든
내가 생각하는 것은 모두 다 필요하지만
무엇이 딱 효과가 있다, 특별하다 라는 생각이 없다.
각 이론은
한 시대, 어떤 인물들에 의해 형성된다.
중의학/한의학 초기에는
황제내경의 이론이 있었고
그 다음으로 의학 체계적 이론인 상한론이 있었다.
1000년이나 유지되었지만
딱히 새로운 이론이랄 것이 없었다.
1000년이 지나서야
내경과 상한론을 토대로 금원사대가의 이론이 생겨나고
그들을 베이스로 삼아
명나라 청나라 시절에는 수많은 이론이 생겨나게 되었다.
모두 내경에서 비롯된다.
현재는 현대의학과 결합하기도 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
서로 상통하는 부분만 취할 수 있을 뿐이다.
상통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현대의학과 중의학/한의학이 융합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최근에 봤던 책은
문괴맥학文魁脉学이다.
조소금 선생이 정리한 조소금 가문에 내려오는 책이지만
역시 앞부분만 읽고 또 읽지 않고 있다.
기존의 맥학과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진맥의 깊이를 3단계가 아닌 4단계로 나눈다는 것이다.
난 이점이 매우 독창적이고 임상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도 이 영향을 받아 진맥을 4단계로 하곤한다.
문괴맥학의 더 독특한 점은
맥+맥+맥+맥+맥 이라는 점이다.
한가지 맥만 존재하지 않는다.
맥에는 속도가 있고, 형태가 있고, 힘이 있고, 위치가 있다.
이것만 해도 4가지이다.
속도에서 한가지
힘에서 한가지 또는 두가지
위치에서 한가지 또는 두가지
형태는 몇가지가 될 수가 있다.
이것들을 조합하여 진단하지만
우리의 임상에서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임상에서 그럴 시간이 없다.
다만 감이 올 때는 있으나
그것은 좀 더 경험이 쌓여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문괴맥학과 비슷한 그 이전의 책은
《진가수요诊家枢要》라고 생각한다.
문괴맥학보다 쉽지만
그 형태는 진가수요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가수요 역시 여러 맥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임상에 있다보면
특이한 점이
환자들의 맥이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내가 3급 병원에서 실습,견습을 할 때 느꼈던 것이
각 과/분과 마다
맥이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소화기내과에 있을 때
침구/신경내과에 있을 때
신장내과에 있을 때
호흡기 내과에 있을 때
부인과에 있을 때 등등
각 과마다 맥이 비슷하다.
이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과에 오는 환자들의 맥이 다 비슷하고
병도 비슷하고.
다만 내가 배우거나 달라진 점은
그 특정 질병을 짚어내는 것이다.
고혈압의 맥
불면증의 맥
낭종이 있는 맥
부정맥의 맥
과도한 섭취에 의한 맥
과도한 방사에 의한 맥
하혈이 있을 듯한 맥
더 재미있는 것은
나는 빈혈을 검사할 때 눈꺼풀을 보는데
그 눈꺼풀을 보고
헤모글로빈 수치를 오차 5 정도로 맞출 수 있다.
헤모글로빈 40~150까지 보다보니
그 특징이 있다.
이정도면 몇이겠다 하면
실제로 혈액검사에서 그 정도 나온다.
의사는 공부를 임상을 통해서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이론체계를 공부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야지
전체를 굳이 다 알 필요는 없다.
다만 기본적인 틀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에게 기본적인 의학 이론의 틀은
각가학설이다.
각 의가들의 이론.
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잘했던 것은 안다.
사상체질과 중국의 9체질.
사상체질을 잘 모른다.
하지만 사상으로 나눈 것 자체가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태음, 태양, 소음, 소양으로 나눈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들의 체질과 어떤 질병과의 연관성이 있는가.
그 체질은 먹으면 안되는 것과 먹으면 좋은 것으로 나뉘는데
실제로 그런가?
거기에는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는 듯 하다.
이야기하기엔 좋지만
임상에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국에서 왕치 교수의 9체질론.
글쎄.
기허, 음허, 혈허, 양허, 담습, 습열, 어혈, 과민, 등
9가지 체질로 나뉘는데
(내가 그 과민/알러지성 질병 학회의 상임이사란 것은 명함 뿐이다)
이건 그냥 중의학/한의학의 진단 중 하나 아닌가?
그 뒤에 '체질' 이란 것이 붙은 것이다.
그렇다면 기허만 있는가?
음허만 있는가?
생맥산만 해도 기음양허 인데
이것이 이론이 될 수는 있지만
임상에 실용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상업성은 높다고 생각한다.
부인과는 있는데
왜 남과는 없는가?
남과도 만들었다.
발기부전, 불임 등이다.
그러나, 남과로 만들지 않는 이유는
부인과에는 월경, 대하, 임신, 출산(经带胎产경대태산)의 과정이 포함된다.
또한 그 생리/병리적인 특징이 있다.
하지만 남과는 발기부전, 불임, 양강 등일 뿐이다.
이것이 남과라고 할 수 있는가?
남과라고 해봐야 그냥 병명 몇개이지만
부인과에는 그 안에 수많은 병이 있다.
어찌보면 아이디어는 좋지만
역시 상업성이라고 생각한다.
남과라는 이름을 만든 창시자가 된다.
이런 이론들도 있다는 것이다.
동씨침법을 보면
가끔..
이게 수지침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효과는 있다고 하는데, 낫지는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병이 낫는다기 보다는
즉각적인 진통효과는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사암침법도 잘 써보면 효과가 좋다고 하지만
사암침법의 그 책의 내용만으로 수많은 병을 고칠 수 있는가?
병명이 너무 적다.
완벽한 침법은 아니지만
잘 운용하여 확장할 수는 있다.
확장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수많은 사례들이 남아있어야 한다.
나도 환자를 사암침법 만으로 치료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필요에 따라 추가해서 사용한다.
주단계를 연구했다고
자음론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
자음론도 필요하고
이동원의 비위론도 필요하다.
또한 육기화화론도 필요하며
온보학파도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 모두 써야 한다.
중국에서 사형 하나는 화신파火神派 였다.
처음 사문에 들어왔을 때는 부자를 쓴다고 하면서 이야기했지만
어느새 자기 색을 줄였다.
10년 쯤 지나서 말하길
자기가 계속 부자를 썼다면
적지 않은 의료사고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론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이론을 모두 정통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을 알아서
내 뼈대를 세우면 된다.
두루두루 넓게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깊이 알면 좋다.
하지만 쓸모가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쓸모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내가 침을 2~3가지만 들고 다니는 이유이다.
사실 필요에 따라 0.17mm 도 필요하고
0.2mm도 필요하고
0.25mm
0.3mm
0.35mm 도 필요하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기 떄문에 다르지만
0.25와 0.3mm만 쓴다.
모든 것을 들고 다닐 수 없다.
내가 쓸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을 쓴다.
0.25만 쓰는 스승님도 있지만
그분은 나와 침 놓는 스타일이 다르기에.
침이란
거의 직효이다.
바로 효과가 난다.
100% 아픈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침을 놓고 나면 어느 정도 달라짐이 있다.
그 이야기이다.
약도 그렇다.
약을 2~3일 먹으면 달라짐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을 한달 먹어야 달라진다고?
그건 모르겠다.
한달이나 먹었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
어찌보면 다행이다.
부작용은 없으니까.
두가지 경우이다.
의사가 그래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고질적인 질병이다.
또 하나는 그냥 효과 없는 경우이다.
정말 이런 경우는 있다.
처음엔 효과가 없다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쭉쭉 나타난다.
이럴 때 마무리까지 잘 치료하면 좋다.
하지만 그냥 효과가 없는 경우는
의사도 빨리 판단하고 처방을 바꾸는 것이 낫다.
그것조차 판단하지 못한다면
문 닫고 공부 좀 더 해야 한다.
공부란
관계를 깨우치는 시간이다.
계지탕과 증상을 깨우치는 시간이다.
글로 배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한론은 2000년전 책이다.
지금은 인간이 바뀌었고 환경도 바뀌었다.
상한이 장티푸스이든 한사이든.
어찌보면 우리는 온병/역병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 온난화도 문제고. ㅋㅋ
이론은 중요하지만
내 것이 되어야 한다.
임상에서 환자 한명 한명 보고
그들에 대해 복기해보는 것이
내 공부이다.
아, 조수 한명 진짜 뽑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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