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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자 의사생활/경험담

불면증, 잠자기 아까운 불면증

by 외노자 ParkSam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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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60대.
불면증이 10년 정도 되었단다.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잔다.
꿈도 많이 꾼다.

에?
내 기준으로 그 정도면 불면증은 아닌거 같은데...
암튼 그렇단다.

안자면 뭐해?
핸드폰.

ㅎㅎㅎㅎ

안자도 핸드폰 보지 말고
그냥 눈감고 있어.

침 치료 해주고
탕약 5일치 처방해주었다.
약 먹기 싫다고 해서
5일만 먹어봐라 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데
손자 보러 아들네 집에 잠시 온 것이다.
얼마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한 일주일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럼 3번만 침 치료 받아보라고 했다.
침 맞고도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다.  
대부분은 안자도 눈 감고 있는데,  
불면증 환자들은 눈을 뜨고 있다.

3번의 치료가 끝났다.
이제 잘 잔다.
지금 고향에 다시 가지 않으면 계속 치료 받으라고 했다.

그쯤하면 되었겠지 했는데
다시 왔다.

앞으로 적어도 보름은 더 있을 것 같단다.
그럼 5번 더 치료해
공고巩固히 하자.
약도 다시 지어줄께. 1주일.

침을 놔주었다.

커어~~ 커어~~~ 푸우~~ 푸우~~~~~

이젠 침 맞고 잠도 든다.
시간이 되어 침을 뽑을까? 하다가
좀 더 기다렸다가 침을 뽑았지만
여전히 잠들어 있다.  
10분 쯤 더 놔두었더니
스스로 부스스 일어나 비몽사몽 정신을 못차린듯 하다.
아마 간호사가 들어와서 물건 배치하느라 깬 듯 하다.

잠들었어? 라고 물으니
대답이, 침 뽑을 때 깼는데... 침 뽑는 것 알았단다...
근데 못 일어나고 있었다는 이야긴가보다.

요즘 불면증은 가짜 불면증이 많다.
못자는 것이 아니라 안자는 것이다.
잠자기 아까워서 안잔다.
그래서 핸드폰 보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한다.
놀고 싶어서 그런다.
뇌는 더 자극적인 것을 채우고 싶어한다.
그래서 잠을 못잔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모두 꺼버리면
잠들 수 있다.

잠을 못자서 핸드폰 본다고 하지만
그러면 더 못잔다.
핸드폰 보다가 정신을 잃고 싶겠지만
우리의 정신은 밤이 깊어질 수록 더 또렷해진다.
핸드폰을 볼 수록 정신이 더 흥분상태가 된다.
그러니 잠들 수 있겠는가?

舍不得睡
잠자기 아깝다.

핸드폰 보지마~~ 했더니
잘자고
이젠 꿈도 안꾸고
침 맞고도 잠들고..

세상이 너무 재미있고
더 재미있는 것 찾아다니다가
우리는 잠 들지 못한다.
사실 아무것도 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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