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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자 의사생활/경험담

아이에게 미움받는 의사

by 외노자 ParkSam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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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10세.
학교에서 걸려 넘어졌고
왼쪽 목이 굳어버렸다.
목을 한쪽으로 기울인채 왔다.
어제 다른 병원에서 진료 받았다.

만져보니 목 측면의 근육들이 단단히 굳어있다.

오늘 여러방면으로 힘들 것이 예상된다.

목에 붙인 파스를 떼어내면서부터
시작된다.
징징징징~~ 아퍼~ 아퍼~~

먼저 엎드려서 침을 놓았다.
엄마~~ 침 안맞을래~~
울고 있다.
아직 엄마 껌딱지.

엄마를 밖에 나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엄마가 있으면 아이들은 기댈 곳이 있고 도망칠 곳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안아주는 사람도 있으나
소용이 없다.
차라리 엄마가 옆에 없는 것이 낫다.
나를 지켜주는 엄마가 옆에 없어야 아이들은 혼자남았다고 생각한다.
그 외로움? 의지할 곳이 없음을 알아야
스스로 하려고 하지만.
엄마가 밖에 있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해야 비교적 쉽게 침을 놓는다.
엄마가 불러도 오지 않는다.
엄마도 마음 아프겠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

어르고 달래고 해도 소용이 없다.
엄마 품에서 병이 나을 수 없다.
계속 품어주면 아이는 스스로 남을 줄 모른다.

나도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잔인한 의사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
침을 놓았다.

어?
안아프다.

침 놓은 줄도 모르는데
겁을 잔뜩 먹어서 그렇다.
겁 먹은 것을 누가 달래줄 수 있는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그 겁나는 상황을 마주하는 것 밖에 답이 없다.
도망가고 싶지만
어디로 도망을 가도 겁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목 주변에 침을 놓고 잠시 대기.

중요한 것이 하나 더 남았다.
엎드린 상태에서 치료할 수 없는 목 옆 쪽 근육이다.
게다가 아프다.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바로 누우라고 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실랑이가 벌어진다.
끝난거 아니냐~
안할거다
눈물도 흘렸다가
웃기도 하다가

침 하나만 더 놓으면 돼
더 얇은거 놓자~

어디 봐요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하나만 딱 맞기로.

그러다가 또 안맞겠다고 운다.
내가 그런거에 흔들릴 거였으면
처음부터 시작을 안했다.

나는 너를 좀 낫게 해주고 보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

20분간 실랑이가 되었다.
알았어~
그럼 손으로 해줄께
손에 침이 없음을 보여주고
손으로 아픈 곳을 눌러주었다.
이건 손으로 누르는 것이 더 아프다.
침으로 하는 것이 차라리 덜 아프다.
손으로 살짝만 대도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해야 할 곳은 깊은 곳이다.

원망이 가득한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본다.
난 오히려 더 강압적(?)인 눈빛으로 바라본다.
눈을 피하지 않는다.

손으로 하고 나니
더 아프다.
침이 덜 아프다.
그럼 하나만... 놓고 바로 뺄께. 1초.

침을 놓았다.

2번이나 놨잖아요!!

3번 놨어~! 한번은 알아채지도 못했자나~~!!

엥??

아이는 억울하다.
당한 것은 분명 자기인데
오히려 한번 더 침 놓은 것을 못알아챘기 때문에 억울하다.

다시 손으로 눌러주니
통증이 훨씬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고개는 삐딱하다.

됐어.. 이제.
침대에서 내려와.

나가면서
엄마 나 이제 여기 안올거야~!

그려라... 안와도 돼.
근데 치료는 받어라.

안오겠다고 하는 것은
반항의 표시이고 미움의 표시이다.
일종의 협박이다.

미움 가득받고 산다.
뭐 그래도 할 수 없다.
고개를 삐딱하게 또 학교를 간다.

하루이틀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제대로 다 치료하지 못했다.

겁난다고 울고불고...
실랑이하는데 20분 걸리고...
나가면서 미움을 잔뜩 던지고 간다.


나도 인간이라 상처 받지만
인간들끼리 원래 상처주고 받고 그런거지
툴툴 털어내야지.

나는 드라마 속의 멋진 의사가 아니다.


다음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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