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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자 의사생활/경험담

머리카락과 스트레스

by 외노자 ParkSam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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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60대.

고향에 갔다온 2주 정도 못본 사이

흰머리가 갑자기 늘어났다.

흰머리가 북경에 돌아온 3일 전에 갑자기 확 늘어버렸단다.

 

2주 전만 해도 검은 머리가 늘어나고 윤기도 있었다.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가 물으니 그렇단다.

 

고혈압으로 치료받던 환자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와서 치료받고

약은 환약으로 만들어서 복용하고 있다.

혈압은 조금 내려갔다.

최근에 별로 다른 불편함도 없고

살도 빠진 것 같다.

 

발무샴푸첨가제를 주었다.

 

 

스트레스는 머리카락을 희게 만들기도 하고 빠지게도 한다.

 

천자문을 백수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루밤 사이에 천자문을 짓고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심하여 원형탈모가 오기도 하고

근데,

스트레스란 무엇일까?

중국어로는 压力(압력)라고 한다.

 

눌리는 것이 스트레스 일까?

무엇이 나를 누를까?

긴장, 압박, 압력..

 

눌려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보이지 않는 것이 나를 누르고 있나?

내 심리가 눌리고 있나?

 

왜 눌리고 있나?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도 않는 현대과학에서

스트레스는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가? 주는 것인가?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뭐가 있어야 주고 받지...

 

벼랑 끝에 서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을까?

뛰고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을까? 뛰기 싫어서 스트레스를 받을까?

번지점프를 하려고 끈을 달고 높은 곳에 섰을 때

그 스트레스는 흥분인가? 공포인가?

 

왜 바뀌었을까?

벼랑 끝에 선 것은 같은데.

끈을 달아서 조건이 생겼다고.

하지만 끈이 끊어지면 같은 조건이 된다.

 

번지점프는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올라갔으나 생각보다 큰 공포심이 나를 감싸고

 

아마도 받아들일 마음 자세가 되어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손해도 받아들여야 하고

이것저것 다 받아들이겠다,

그 속을 쳐들어가겠다 싶으면

스트레스가 아니라 모험이 되지 않을까?

 

그 안에서 뛰쳐나오고 싶으니까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삐져나오게 되니까. 압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날.

자기가 의사라는 환자가 머리카락 때문에 치료 받으러 왔다.

 

여, 30대 중반.

18세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유학을 했고

지금 중국에 돌아와 심리 의사란다.

물었다.

그럼 미국 사람이냐? (시민권자냐)

아니란다. 나보고 잘못 알았단다. 의학을 배우는데 미국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단다.

에??

(의사가 되는데는 중요한데... )

 

이거 또 인문학에서 어설픈 영역으로 발을 걸치고 있는 것인가? 싶다.

 

암튼 환자로 왔으니.

머리가 많이 빠져서 왔다.

어느 정도까지 나을 수 있는지 묻는다.

더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이

어느 의사가 어느 정도까지 머리가 자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모발 이식도 아닌데.

 

됐다. 이 사람이 의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다음날,

문자가 오기 시작한다.

어느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

유명한 베이징중의약대 교수란다.

첨 듣는 이름. 검색해보니 인문학 계열의 부교수.

본래 전공도 중의학이 아니라 인문학이다.

다른 학교에서 중문학을 전공했고, 베이징중의약대학의 인문학 계열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중의약대학에 인문학부가 있다.

영어, 중국어.. 등

문화 전파 역할이다.

게다가 이런 사람이 티비에 나오면

북경중의약대학 교수라고 소개하게 된다.

그러면 의사인줄 알게 된다.

이게 말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그런줄 알게, 오해하게 되는

헛점을 노린 광고이다.

 

그 사람이 말하는 <황제내경>을 자기는 믿는데

나보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다.

난 그 사람 모른다.

그 사람은 의사가 아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황제내경> 이 참 애매한 것이

중의학에서는 경전이지만

이것을 반드시 중의학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문화로 보면 문화일 수 있는 책이다.

<산해경>은 중약학/본초학 책도 아닌데 인용해서 가져다 쓰곤 한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황제내경>을 강의하고 읽어주면서

유명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상한론>도 강의하지 못한다.

상한론 부터는 확실한 의학이기에.

 

<황제내경>을 강의한다면,

그것은 정말 중의에 정통한 중의사거나

아니면 다른 분야이거나.

오히려 의사보다 더 유명한 <황제내경> 전문가들.

 

암튼 이 환자는 나에게

자기 명함을 보내주며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자기에게 보내달란다.

자기들은 약을 사용하지 않고, 약을 끊게 한다고 하는데...

그들은 약을 쓸 수 없는 것이겠지. 라는 뜻으로 보인다.

 

의사가 아니니 처방권이 없고, 약을 쓸 수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땄다고 해도

중국에서 쓸 수 없다.

미국에서 의학을 배웠다고 해도

중국에서 면허를 딸 수 없다.

 

미국 의사 면허를 따려면 결국엔 비자, 시민권이 필요하다.

 

어찌보면 혁명가 같은

잘되면 혁명이요, 망하면 사기꾼이 된다.

 

영화 <소림축구> 를 재미있게 보았다.

룰이 없는 축구장은

룰을 지키지 않을 수록 이기기 쉬워진다.

스패너로 때리고~ 꺽고... 개싸움이 되고.

한쪽만 룰을 지키려고 하면 지게 된다.

양쪽 다 룰을 지켜야만 스포츠가 된다.

 

그냥 두고 흘려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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