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탐정이 아니다.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진단을 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다.
슬쩍 줄이거나 늘리기도 한다.
이것은 추리해야 한다.
남, 4세.
아침에 일어나
목에서 음음~ 소리를 낸다.
잘 때 이빨을 갈고 코를 골기도 한다.
다리 피부에 돌기가 올라왔다.
가렵진 않다.
진맥을 하고
코 속을 들여다 보았다.
비강이 붓거나 막히지도 않았고
분비물도 많지 않다.
다만 병원에 들어오다가
우산에 이마를 찍혀서 울고 있었기에
약간의 콧물은 있었다.
일부러 콧물 많어? 라고 물었더니
아이는 울어서 콧물이 난거라고 한다.
아이는 나에게 자신에 대해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다.
의학은 의학적 근거로 판단을 하지만
보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보는 것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이마에 수부연고를 발라주었다.
조금 깊게 찍혔다.
할머니가 데려와서 울고 있다.
뭔가 불만이 가득하다.
할머니 잠시 나가 있으라고 했다.
할머니가 있으면 계속 울고불고 떼쓰기 때문이다.
혼자 남게 되면
아이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물어볼 것은 문 밖의 할머니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아이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이빨 갈고
코 골고
아침에 일어나서 음음~ 하는데...
진맥을 해도
음음 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할머니 들어오라고 해서 물었다.
집에서 누가 “음음~ ” 소리내냐고 물었다.
엄마가 소리 낸다고 한다.
엄마의 만성인후염.
그것을 아이가 배운 것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목이 가렵거나 아퍼?
아니란다.
그럼 음음~ 은 누가 하는거야?
엄마 란다. 엄마 따라하는 거란다.
엄마가 하니까 좋아보여서 따라하는 것이다.
아이는 어른을 모방한다.
어린아이는 그 행동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지 못한다.
행동이나 말투 모두 모방에서 비롯된다.
인간과 인간으로 보니
목에서 소리내는 것을 치료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는 잘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렵긴 하지만
아이의 병은 치료하기 쉬운 편이다.
약 쓰잖아~~
내가 달게 설탕 넣어줄께~ 했다.
중국 콜라 같을 걸~
그러니까 표정이 좀 달라진다.
그럼 아침에 우유 먹는데
우유 먹고 약 먹어?
엉.. 우유 먹고 중국 콜라 먹어.
라고 하니 조금 웃는다.
중국 콜라는 팽건중 선생님에게 배운 말이다.
마음이 놓였는지
울지도 않고
이제 나 일어나도 돼? 라고 한다.
엉. 다 됐어.
약 잘 먹고
피부는 다음 주에도 한번 오라고 했다.
아이들은 쉽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이미 올라온 것이 좀 많다.
그나마 가렵지 않아서 다행이다.
추리는 없는 것을 찾아내지만
역시 근거룰 가지고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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