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40대.
불면증
6개월 정도 되었다.
수면제를 먹어야 잘 수 있으나 꿈을 많이 꾼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작년에 집 주변에서 밤에 도로를 공사하는데
너무 시끄러웠다.
한달이나 지속되었다.
민원을 넣었으나
처리할 수 없는 민원이라고 했단다.
그 이후로 공사는 끝났으나
불면증이 생겼다.
약을 먹고 침을 맞으라고 했다.
예전에도 다른 의사에게 약을 먹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단다.
약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이다.
아쉽지만,
환자가 마음이 생기면 약을 처방하여야겠다.
몇달 약을 먹었는데
효과가 없었으니
불신이 생긴다.
이것은 그 의사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중약/탕약에 대한 불신이다.
환자는 아마 모든 의사가 같은 약으로 치료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같은 처방을 쓸 수도 있으나
대부분 중의사의 경험이 다르다.
노하우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다.
기본 이론은 모두 배웠으나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병과 인간을 이해하는지가 다르다.
그러니 약 사용도 침 치료도 다르고
individual medicine , 개인적인/독특한 의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양의학처럼
의학 전체의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 개인의 특징이 드러나는 의학이다.
내가 환자에게 약을 강요하지 않는 이유는
먼저 이전 의사로 인해 생긴 불신이 좀 누그러져야
나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때문이다.
침 치료로 하겠다니
침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몇가지 주의할 것.
잠자기 전에 핸드폰이나 게임을 하지 말것.
잘 때 누워서 가만히 있을 것.
저녁식사 후 가볍게 산책할 것.
이 환자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밤에 시끄럽다는 인식이 뇌에 각인되니
습관처럼 그 시간에
뇌가 활성화된다.
그러니 수면제를 복용해도 꿈을 많이 꾼다.
습관이란 것은 잘 변하지 않는다.
인간의 무의식이 차를 운전 하게 하듯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처음 그 행동을 습득할 때 뿐이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
기어를 넣고
브레이크, 클러치와 엑셀을 번갈아 밟고
엔진 RPM 에 따라 기어를 바꾸고
백미러 보고
처음엔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했으나
익숙해지면
아무 생각없이 한다.
밤에 시끄러워 잠을 못자고
신경쓰이고
한달이나 지속되니
밤 시간의 습관이 생긴다.
습관을 바꿀 수는 없으나
긴장을 이완시킬 수는 있다.
우선 그렇게 치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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