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그 환자가 홍의당에서 5명의 의사에게 처방받은 처방전이다.
3월 1일.
樊xx, 남성, 48세.
그 중 내가 첫번째 타겟이었다.
진료실에 도착하여 자리를 정리하는데
환자가 들어온다.
잠깐 기다리게 하고
필요한 물건을 꺼내고 정리한다.
뭐가 그리 급한지.
아직 진료시작 전인데 다시 들어온다.
그래, 어디 보자.
검사결과지를 몇장 가져왔다.
자기가 신장이 안좋다고 한다.
4장의 검사결과지..
살펴보니 모두 신장기능과 소변검사 결과지이다.
다시 살펴보니
다 다른 병원에서 했다.
다시 살펴보니
2월 11일 1곳의 병원
2월 14일 2곳의 다른 병원
2월 15일 1곳의 병원
5일동안 병원 4곳을 다니며 검사를 했고
그 중 하루에 2곳에서 검사를 했다.
뭐야? 왜 이렇게 했지??
내 눈을 의심하며 검사결과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검사결과에서는 약간의 단백뇨가 있을 뿐.
환자는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해왔는지
자기가 신장세뇨관 문제라고 한다.
엉??
b2-mg 가 높단다.
엉.. 알어.
후우~~ 갑자기 먹먹 해진다.
어떤 소염제를 먹었는데
얼마 전에 이명이 생기고..
이미 뭔가 답을 스스로 가지고 있는 느낌.
그 답을 확인하러 온 것 같다.
처방을 해주었다.
처방을 해주었더니
백화사설초는 왜 쓴거야? 이거는 이런 약 아니야?
아니야, 그건 xx시키는 약이다.
나는 신허야? 신양허야? 신음허야? 신기허야?
기허.
음허하면 찬약을 써야 하는거고, 양허하면 더운약을 써야하는건데...
뭐?? (이미 그렇게 스스로 정해놓고 있다)
양허하면 더운약 쓰고 음허하면 찬약 쓴다고 누가 그래?
다 설명해주고 싶지만, 뒤에 환자가 있어서...
대충대충 설명했다.
四气五味에 대해 생각없이 글자로만 아는 것이다.
한열온량과 오미.
한열온량은 그 약성이 차고 따듯하다, 가 아니다.
그 약이 내 몸에 들어와서 일으키는 반응이 차거나 따뜻해지는 것이다.
그 약이 그대로 차거나 더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차고 더움이 생기는 것이고
이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그 약 자체가 차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약은 포제하면 차가워지는거 아냐?
아니야~~
정말 잘못 이해하고 있다.
왜 차가워지는 것이 아니냐하면
열성이 너무 강하면
그 약을 포제/가공해서 열성을 약하게 하여 복용할 수 있게 바꾸는 것이다.
찬성질이 너무 강하면
그 약을 가공하여 찬성질을 조금 약하게 하는 것이다.
천련자는 량한 약인데
파두와 볶아서 파두를 제거하고 쓰면 파두의 온성을 얻고
천련자의 청열작용을 유지한다.
자기가 알고 싶은거
여기저기에서 듣고 있던 지식을
다 물어보는데,
그거 아니야!
지식을 글로만 배워서는 알지 못한다.
글의 뜻을 이해해야지, 글자만 알아서는 안된다.
중의학의 글은 철학적이다.
어떤 글자 좀 알았다고 흉내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런 의사가 선무당이 된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처방 주고 보냈다.
약 일주일 먹고 다시 와~~
(많이 나이스 해졌어~~)
그 환자는 갔고
뒤에 있던 환자가 저 사람 좀 이상하다고 한다.
뒤에 온 환자를 치료해주고
컴퓨터를 보는데
이 환자의 이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 처방하고 계산하는 곳에 가서 비용을 지불하면 대기된 이름에서 사라지는데
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다.
시간이 좀 지났는데?
돈을 안냈나? 그냥 갔나? 싶어서
그 이름을 클릭했더니
어라라~~
옆방 의사도 그 사람에게 처방을 내린게 보인다.
(같은 병원 시스템이기 때문에 보인다)
이미 처방을 낸 상태이고
울라라~ 이거 좀 이상하다.
왜냐하면 의료보험 병원이기 때문에
같은 날 여러 의사에게 진료보지 못하게 되어있다.
중복으로 처방하고 치료하거나 하면 의료보험에 문제가 된다.
진료하다가 잠시 옆방으로 갔는데
왠걸~~
아직도 그 사람이 거기 앉아있다.
그래서 말 없이 그냥 나와서 문자를 보냈다.
그 사람 이상하다고 주의하라고.
문자 답장이 왔다.
이상하다고, 별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뒤에 환자가 없어서 다 대답해주고 있었단다. ㅡ.ㅡ;
다시 그 이름을 클릭했더니
왠걸..
병원 내 다른 의사 3명에게 더 진료를 봤다.
다 처방만 받고
비용은 내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진료비만 내고
처방전만 받고 약은 먹지 않고
내가 퇴근할 때까지 본 것으로는
오늘 하루에 같은 병원에서 5명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진단도 다 제각각이다.
뭘 하고 다닌 것인지 알 수가 없지만..
환자의 이런 행위는 가끔 병원을 발칵 뒤짚어놓기도 한다.
단 환자가 돈만 내지 않는다면
의료보험에 문제되지는 않는다.
중복으로 돈 내게 하면
병원 난리 난다.
의사도 난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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