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 의사생활/의학잡담

그거 먹으면 죽는다

박쌤 ParkSam 2025. 4. 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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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에는 산소가 부족하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환경에 적응되어서 적혈구가 많아진다.

이들은 고산병이 생기지 않는다.

 

그 곳에 잠시 놀러가는 사람은 산소통을 들고 올라간다.

산소부족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부족함은 살기 위해

더 건강함을 만들어낸다.

 

영양과잉의 시대.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

영양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영양소를 생각하여 부족함을 걱정하여 보충하기도 하고

입 안의 즐거움에 중독되어 과식하기도 한다.

 

스스로 과식이 아니라고 세뇌하면서.

 

연예인들의 식단을 보라.

우리는 겨우 저정도 먹고도 살 수 있고

운동도 하고 춤 연습도 해야하고 연기도 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못한다.

 

배고픔이란 작은 고통에 흔들리고 만다.

너무 나약해졌다.

 

그 나약한 마음을 운동과

건강식 이라는 것으로 채우고 있다.

 

좋은 음식도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과유불급.

조금 부족해도 된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몸이 적응한다.

 

영양실조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지만

내 뱃살은 영양실조와 거리가 멀다.

물론 영양실조에는 영양불균형도 있을 수 있다.

불균형에는 부족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부분이 너무 높은 것도 있다.

 

먹고 싶은 욕구.

배고프지 않지만 무엇인가 자꾸 입에 넣고 싶은 욕구.

 

영양과잉의 시대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다.

 

과일은 몸에 좋은 것이라는 인식.

몸에 좋은 것이 과일에 있으나

내 몸은 그것이 필요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결국 과잉을 불러온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내 몸은 한정된 공간이다.

좋은 것을 많이 쌓아둔 내 뱃살을 보면 안다.

 

금은보화 같은 음식으로 쌓아둔 것 같은 내 뱃살.

 

여, 30대 초반.

얼굴에 트러블이 많다.

여드름이 자꾸 올라온다.

뭐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들어보니 군것질을 많이 한다.

 

과일, 과자, 음료수 등 단것을 일주일만 끊어보라고 말했다.

딱 일주일이다. 끊어봐.

해보면 피부가 달라질 것이다.

 

엄청난 항의가 몰려온다.

아니 조금 먹으면 안돼?

아니 조금도 안돼?

나 많이 안먹는데?!!!

 

밥 못먹게 하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단 것 끊는데

마치 2년 군대 가라는 말처럼 들리나보다.

표정이 세상 무너지는 듯 하다.

 

결국엔 일주일이니까 체험 해보겠다고 한다.

 

환자를 보다가

어떤 음식을 주의하라고 하면

"세상에 먹을게 하나도 없네~"

"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분명 그것을 먹으면 심해질 것이라고 주의했지만

먹고 더 심해져서 연락이 오곤 한다.

 

"이것은 몸에 좋은 것이니까. "

몸에 좋은 것이라는 이유로

과식한다. 많이 먹는다.

 

그거 먹으면 죽는다, 라고 말해야 안먹을까?

그거 먹으면 더 심해진다, 라는 말로는 경고가 안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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