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 의사생활/경험담

[원격] 여아 5세, 혈뇨, 호두까기 증후군(NCS)인가?

박쌤 ParkSam 2025. 4. 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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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5살.

작년 12월에 열이 났다. 한달정도.

여러 종류의 감기를 달고 살았다.

3월 소변에 적혈구가 나왔다.

잠혈 bld +-

이상 적혈구 100%

심하진 않다. 적혈구 갯수는 2개.

냅둬도 될 정도인데.. 음냐.. 뭐

엄마는 걱정이니... 없애주자.

 

2주동안 약을 먹고 다시 검사해보라고 했다.

 

2주가 지났고

검사결과를 보내왔다.

 

 

원격진료하거나 할 때

검사결과를 좀 잘 찍어주면 좋겠다.

핸드폰으로 이렇게 흐리멍텅한 사진을 보면

읽기 어렵다.

속으로는 '야 니가 한번 봐바라~' 하고 싶지만...

 

몇번 다시 찍어서 보내라고 한 것인데

이것이 최선인가보다.

일부만 찍어서 보내거나

글씨가 흐리게 나오면

읽는데 눈이 너무 피곤해서

보기 싫어진다.

에휴.. 그래도 봐야지.

잘 좀 찍어서 보내라고 말하자니 내 입이 아프다.

 

사람 이름도 읽을 수 없을정도이다.

그래서 모자이크도 안했다.

 

그나마 검사 묘사는 읽을 수 있는데

그것도 옆이 짤려있다.

알아서 상상해서 보라는 건가.

돌아가 있는 사진도 내가 편집해서 돌려봐야 하고...

이게 얼마나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지..

이런 경우는 여러 번 봐야한다.

내가 잘 못 볼 수 있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왜 했는지 모르겠는데? 했다.

좌측 신장 정맥 호두까기 음성(-)

 

난 처음에 핸드폰으로 이걸 봤을 때 양성(+)으로 봤다.

 

검사 묘사에서 내용을 제대로 보고나서

확대해서 보고 나서야 음성임을 알았다.

 

조금만 성의있게 찍어주면 이런 것에서 짜증이 나지 않을텐데

알아서봐라.. 하고 던져주면

내 태도도 알아서 치료해라, 처럼 바뀌고 싶어진다.

 

자, 투덜투덜은 여기까지.

 

 

다른 검사결과는 그대로이다.

잠혈 혈뇨도 +- 이고

다만 적혈구는 1개로 줄었다.

좀 이상하다 생각되는 것이

적혈구 1~2개는 보통 음성으로 나오는데

이 병원의 기계는 검사 표준을 빡세게 만들었나? 아니면 기준이 바뀌었나 싶다.

 

 

호두까기 증후군은 아니다.

주동맥과 장막동맥 사이로 좌측 신장의 정맥이 지나간다.

동맥 사이에 끼어있어서

호두까기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호두까기는 동맥이고,

사이에 끼어있는 호두가 신장 정맥이다.

이 모양과 비슷하다고 붙은 이름이다.

NutCracker Syndrome

NCS

 

두 동맥의 각도가 45도 정도 되는데 그보다 좁으면 호도협(胡桃夹) 라고 할 수 있는데

43도 이다.

그래서 다시 결과를 확대해서 보아 (-) 음성임을 확인한 것이다.

 

두 동맥이 정맥을 압박하여 신장에 혈액이 밖으로 나가지 못해

혈액이 정체되면서 생기는 일련의 증상을 호두까기 증후군 이라고 한다.

(도대체 서양의학 하는 사람들이 병 이름 지은거 보면 희안한 이름이 많다,

백조목 증후군, 단추구멍 증후군.. 같은 동양 사람은 이해 안되는 이름들이 좀 있다)

 

혈뇨가 있고, 또는 단백뇨..

좀더 정확한 검사를 해봐야 한다.

초음파나 CT, MRI 로 혈관을 확인한다.

이건 선천적인 해부학적 문제이다.

원인이 없다.

 

그리고 혈뇨가 있어도 정상형태의 적혈구가 나온다.

 

이 아이는 형태가 이상한 적혈구가 나온다.

이것은 사구체 문제이다.

 

사실 그냥 두어도 되는데

양방 의사도 정기적 검사만 해보라고 했단다.

호두까기 증후군이어도

치료방법은 딱히 없다.

심해지면 스텐트를 넣는 정도.

 

아이 엄마는 그 1개의 적혈구가 사실 별거 아닌데

없애고 싶다.

 

2주동안 약 먹고 2개에서 1개로 줄었으니

다시 2주 약 먹고 다시 소변검사해보라고 했다.

 

엄마가 원하는 것은

잠혈 음성이다.

 

약 좀 더 먹으면 없어질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설명해주진 않는다.

일반인이 들어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임상적으로 적혈구 1~2개는 괜찮다, 문제없다...

호도까기 증후군도 아니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해도

의사이기에 사실 나는 쉽다고 생각하는데

환자는 그렇지 않다.

 

 

[번외]

나도 한국에 가서 차단기가 자꾸 내려가기에

전기배선을 보니 겁나서 기술자님을 불렀다.

와서 두개 꽂고 보더니

누전 아닌데?

별거 아냐! 전기 많이 써서 그래!

끝!

 

근데 우린 겁난다.

전문가가 보면 별거 아니다.

난 전문가 말 듣고

아 그렇구나~~ 했다.

 

그럼 차단기 쎈걸로 바꾸면 안되요? 물었다.

안돼. 배선이 얇고 낡아서 감당 못해. 계량기부터 집안 배선 다 뜯어야 돼.

넵~

 

전문가에겐 너무 쉬운 일이다.

나같은 일반인에겐 어려운 일이다. 아니 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냥 전기 많이 써서 그렇다고 하니

전기 사용을 줄이면 됐다.

 

다행히 우리집은 계량기가 여러개라

전기 제일 많이 먹는 것 하나를 다른 쪽에 연결하니 쉽게 해결되었다.

그 이후로 차단기 안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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