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노자 의사생활/경험담

심장이 답답해, 이거 왜 이래?

by 외노자 ParkSam 2024. 2. 10.
반응형

 

여, 40대.

가슴이 답답해서 왔다.

처음 침 맞고 나아졌다.

 

3번째 치료.

요 며칠 전에 또 심장이 막 답답했어.

왜 이래?

 

아, 이 분위기.

어떤 환자의 표정과 말투와 분위기가 있다.

아는 것이 많아졌는데 머릿속은 복잡해 보인다.

 

이미 인터넷을 많이 찾아보고

그 안에서 정신없어 하는 분위기.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것저것 보는데

더 정신없어지고 헤매는 분위기.

 

나는

가슴이 답답해지더니

숨도 안쉬어지고

등도 아프고

이빨도 아프고

 

역류성식도염이야.

 

엉?

아니야.. 이게 이렇고 저렇고..

저게 이렇고 저렇고.

 

약간 강압적으로 다시 말했다.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가슴이 답답해서 자기는 심장이 멎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위장병이라니.

 

아니야~~

나 그동안 음식도 매운거 안 먹고 커피도 하루 한잔만 마시고~~

 

역류성 식도염!

 

내 말을 믿고 안믿고는 환자 몫이다.

내가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하는데

자기는 심장병이라고 한다.

 

같은 신경의 지배를 받고 있어서 그렇다.

 

넌 걱정을 하기 위해서 걱정하는 것 같은데!

 

아니야~ 난 그런거 아니야~~

 

나는 그냥 내가 갑자기 죽을까 봐.

걱정하지마,

내가 만약 네가 문제가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

 

정말 심장병이면 니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

식은땀 줄줄 나고 얼굴 창백해지고.

그땐 그냥 엠뷸런스 불러서 응급실 가.

근데 넌 아니야.

 

내가 병이 심각한데

네가 혹시 나 걱정할까 봐 말 안 해줄까 봐 그렇지.

 

말해야 하는 것은 꼭 말해야지 왜 숨겨?

환자가 이쯤되면 이미 생각이 너무 엇나간 것이다.

 

조심하라고 말해주어야 할 것을

왜 숨기냐?

 

나 위장 내시경 검사해 볼까?

해봐, 해보면 확실해지겠지.

 

어…? 안 해도 돼? 안할 수 있으면 안하려고.

안해도 돼.

검사가 필요하면 하라고 한다.

 

잠시 머뭇머뭇 생각하더네 생각과 태도가 바뀌었다.

 

알았어. 니 말 듣을게.

 

이 상황에 “미친놈은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난 말로 살짝 때려줬다.

 

이제 나도 말이 부드러워졌다.

 

환자도 정신 차린 것 같다.

그동안 혼자서 집에서 할 일도 없어서

인터넷 찾아보고 정신줄을 놓은 것이다.

현실감각을 놓치고

머릿속의 상상 속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게 약간 강압적으로 한 것이다.

성질도 살짝 나긴 했지만. ㅎㅎㅎ

 

치료해 주고

다른 환자가 없어서 이야기를 좀 했다.

 

만약에~

어디에선가 저 약이 매우 효과가 좋다면

이미 국가에서 나서서 약으로 등록했을 것이다.

만약에~

어떤 의사가 정말 대단하다면

이미 다른 의사들이 그 의사를 알고 있을 것이다.

 

써보고 좋으면 좋은 것이고

치료해서 나으면 좋은 것이다.

 

왜 그렇게 광고를 하겠는가?

 

광고비가 더 들 텐데.

 

홍보가 아니라 광고이다.

광고는 알리는 일이 아니라 유혹하는 것이다.

 

혹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은 점점 광고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 광고가 많고

검색해서 나오는 것들이 모두 광고이다.

유혹이다.

소비까지 유도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이다.

유튜브, 신문기사 등등 의 제목을 보면

점점 자극적이고 지능적이다.

 

당신 이 병 치료 안 하면 큰일 나요!!!

덜컥 겁을 먹고 치료하는 사람

덜컥 겁을 먹고 도망가는 사람.

 

의사가 환자에게 겁을 주는 것을 경고가 아니다.

사실을 말해주어 조심하도록 주의를 주어야지

너 그러다 죽어! 하는 것은 협박이다.

 

“너 이거 몰라? 남들은 다 아는데~ㅎㅎ” 하는 것도 광고다.

돌려서 무시하는 효과이다.

남들 다 하는데 나도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도록.

 

어떤 병이든

최종에는 죽음이란 것이 있다.

죽음까지 이야기하지 않지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도록까지 말한다.

이게 이렇게 되면 이게 되고

티브이에 나가면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거 이렇게만 간단히 치료하면 딱 나아!

이거 한번 먹어봐~

이거 한번 먹으면 온갖 잡병이 다 사라지고..

 

어렸을 때

공터에서 혼자 북 치고 꽹과리 치고

사람들 불러 모아서

칡즙 한번 먹어봐~~~

나도 구경하고 있었다.

만병통치약이네~ 생각하고 있었다.

 

집에 오니 엄마가 칡즙이 몸에 그렇게 좋데~ 하면서 내놓았다.

에??

 

 

암튼 환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났더니

환자가 말한다.

 

넌 의학을 안 했으면 철학을 해도 되었겠다.

에??

 

오히려 의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보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철학만 하면 무슨 재미인가.

사람이 빠지면 의미가 없다.

이 모든 게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치료가 끝나고 환자는 갔다.

춘절/설날이 지나고 나서 다시 오겠다.

 

위평환을 주려고 작은 병을 챙겨두었는데

까먹고 안 줬다.

ㅡ.ㅡ;

 

다음 기회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