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50대 후반.
중의학을 배웠다.
본과를 졸 했다.
가끔 스스로 치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정도이다.
자기 스스로 약을 지어먹고
무엇이 좋다고 하면 약을 챙겨둔다.
혈압이 치솟았다.
230/130
스스로 손가락을 따서 사혈을 하고
안궁우황환과 우황청심환을 먹었다.
간신히 혈압은 190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높다.
자긴 괜찮단다.
지난 1월에 연락이 와서 치료는 설날이 지나고 나서 받겠단다.
중국인들은 음력 1월에 치료 안받으려고 한다.
미신 같은 것이다.
오늘은 음력 2월 2일이라서
이제 치료 받아도 된다고 왔다.
허허~ 정말 어쩔 수 없다.
자기도 중의학을 이해하지만
남에게는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자기 스스로는 어쩌지 못한다.
중이 제머리 못깍는다 는 말도 있듯이
딱 그런 모양이다.
뇌경색도 왔었고,
이젠 다시 고혈압
다시 단백뇨까지.
그동안 늘 스스로 약을 먹는다면서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해줬더니 좋드라, 고 하지만
스스로는 건강하지 못하다.
너무 활동적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만 잠이 드는 성격이다.
아침에도 해가 뜨기 전에 눈이 떠져서
뭔가 하고 싶은데 해뜨기를 기다린단다.
곧 60살인데.
성격은 밝고 긍정적이지만
겁이 없다.
너무 겁이 없다.
스스로 건강상태가 좋은 것은 아닌데
이미 혈압약이든 뭐든 먹고 있는데
지금 괜찮아~ 라고 하면서
또 똑같이 활동을 하며 다닌다.
조심해라,
그러다가 억제 안되는 순간이 온다.
라고 말은 해주지만.
자기 침 맞고 이케아에 가야 한단다.
굳이 왜 이케아를 가느냐, 넓은 곳인데.
인터넷에서도 다 판다.
그래도 이케아에 가겠단다.
자기 바뻐 죽겠단다.
이것도 정리하고 저것도 정리하고..
사실은 이케아에 가고 싶은 거잖아. 라고 했더니
맞단다.
사야될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고싶어서.
절제가 안되는 성격이다.
이걸 말릴 수는 없다.
데어봐야 정신을 차린다.
이미 여기저기 데어봤지만 아직 덜 뜨거웠나보다.
혈압 230도 잘 버텼고
뇌경색도 후유증 안남았고, (치료했다)
안저 출혈도 흡수되어 시력도 돌아왔고.
잘 버텨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조심해야 한다.
의학을 알고 있지만.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신이 통뼈여도 안되는 건 안된다.
우리는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그래봐야 인간 나부랭이다.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해도 인간 나부랭이다.
마지 자기는 모든 것을 빗겨가고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 다 똑같다.
수많은 의사도 모두 병으로 죽는다.
모든 의사도 병에 걸린다.
나도 어깨가 아프면 침을 놓고
허리 아프면 스트레칭도 하고
무릎 아프면 침도 놓고
피곤하면 약도 먹고
잠못자도 약도 먹고
장이 안좋으면 약도 먹고
의사도 인간이고 똑같이 병이 생긴다.
괜찮은 인간은 없다.
의학을 배웠다고 달라보이겠지만
다를 바가 없다.
그냥 좀더 알고 있어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인간은 생로병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치 뭔가 있을 것 같겠지만
아직까지 역사적으로도
모든 것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작용과 부수작용, 부작용이 따라다닌다.
암튼.
이 환자가 이케아 간다는 것은 말리지 못했다.
가고 싶으면 가라.
앞으로 활동을 하고 싶으면 반나절만 해라, 고 했는데
모르것다.
활동을 하다보면 배고픈 줄도 모르고 밥도 안먹고 한다.
새벽까지도 한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듯이.
하고 싶은 것 다한,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멈춘다.
치료는 해줄 수 있지만
성격은 고칠 수 없다.
스스로 깨닫고 자각해야 한다.
계속 자각시켜서 세뇌시켜야 겠다.
'외노자 의사생활 > 의학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뇨병에 대하여 (0) | 2024.03.22 |
---|---|
환자와 의사의 만남, 인연/연분缘分 (2) | 2024.03.22 |
고혈압과 소금, 소금 예찬론 (0) | 2024.03.22 |
SNS에서 말하길 (0) | 2024.03.22 |
사기邪气, 우리 몸은 왜 아픈가, 병의 원인 (2) | 2024.02.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