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40대.
내 환자는 아니다.
환자를 따라 왔다.
탕약을 한보따리 들고 왔다.
아마 다른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약이 나와서 받으러 온 것이고
환자를 따라 같이 들어왔다.
환자가 치료하는 동안
옆에 서성거리다가
나에게 묻는다.
자기가 두통이다.
침으로 되는가,
된다.
월경이 있을 때 마다 두통이 심하다.
월경도 같이 치료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는데 효과가 없었다.
한번 진료받고 의사를 바꿨다.
그중에 한명이 효과가 있었는데, 또 다른 사람에게 처방을 받았다.
그 약을 먹고서 두통은 나아졌는데, 여드름이 올라왔다.
약 때문에 그런 것인지, 다른 것 때문에 그런 것인지...
너 의사도 안믿고 약도 안믿지?
그러니 계속 다른 의사를 찾아다니지.
니 두통이 좋아졌으면, 그 의사에게 계속 치료받는 것이 좋다.
왜 다른 의사를 다시 찾았나?
약 먹고 여드름이 올라와서.
두통이 치료됐으면, 다시 여드름 치료하면 되지.
혼자 계속 고민만 하고 생각만 하는데
생각이 너무 골몰하면
생각의 범위가 좁아진다.
계속 의사가 잘 못했다고 생각하니
의사를 믿을 수 없고
약도 믿을 수 없다.
많은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서 치료를 받지만
효과 있는 의사를 만나는 것도 인연/연분缘分 이다.
유명하고 좋다는 의사보다도
나를 치료해 주는 의사가 나에게 좋은 의사이다.
그런 의사 만나기가 어려워서
많은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돌고 도는데
이 환자는 효과가 있음에도
다른 의사를 찾았다.
이번에 약 먹고 효과 없으면
나에게 치료 받겠단다.
나는 다시 그 의사를 찾아가보라고 했다.
그러나 다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미 몸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두통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집 밖에도 못 나온다면서.
효과가 있었던 의사를 차버리고 다른 의사에게 갔다.
아이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좋은 인연을 보내버렸다.
하지만 그 인연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니
계속 찾아보라고 했다.
환자의 자유이다.
하지만 좋은 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목이 아쉬울 뿐이다.
화려하고 유명하고 이름있고 명함도 있고 학벌도 높고
그런게 무슨 소용인가.
중요한 것은 나를 낫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명의라고 해도
약을 복용하면서 처방을 수정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
두통이 나아졌으나
여드름이 생겼으면 여드름도 치료하면 된다.
단순한 문제를
의사를 바꾸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다.
피부병도 치료하느냐?
경험은 있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모든 과를 다 치료할 수 있는가?
암 빼고는 왠만한 것은 다 볼 수 있다.
암은 변화가 급박하기도 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아직 서의/양의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이 이야기를 듣던
경추가 안좋아서 온 환자가
등에 피부염이 있고
머리에 지루성 피부병이 있다고
탕약을 처방해 달란다.
생각이란 판단과 결정을 위한 것이다.
계산도 해야 하고 논리적이 되어야 한다.
여러 의사들에게 효과가 없었고
그 의사에게 효과가 있었는데도
그 의사를 버리고 다른 의사에게 또 효과가 없다고..
나같으면 다른 의사를 찾지 않고
늦었지만 다시 그 의사에게 갔을 것이다.
100%는 없다.
70%만 되도 충분히 좋은 것이다.
근데 효과가 10%도 없다면
글쎄다.
내 환자여도 내가 치료해서 효과가 1도 없다면
다른 의사 찾아보라고 하거나
내 스승님께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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