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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자 의사생활/의학잡담

중국 로컬 병원에서 일하기, 중국인 편

by 외노자 ParkSam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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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배. 남.

얼굴도 기억안난다.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나에게 질문을 한다.

 

어느 병원이 좋을까?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떤 병원이 좋은지 모르겠다.

자기는 환자도 많이 보고 싶고

치료에 집중하고 싶다.

 

누구나 다 그렇다.

이상적인 아름다운 의사의 모습.

나의 실력을 뽐내(?)며

우뚝 서고 싶은 마음.

 

어디 알아봤는데?

여기. 저기.

 

오래되고 유명한 곳은 알겠는데, 안유명한 곳은 나도 잘 모른다.

병원이 얼마나 많은데.

새로 생기는 병원을 알아봤는데

어쩌구.. 자기랑 조건이 안맞는..

 

돈은 많이 주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社区医院/보건소 라도 알아봐~

했더니 자기랑 안맞는데...

 

병원이 아무리 잘되어도

그 병원의 의사들이 모두 잘되는 것은 아니다.

 

동직문병원에서 실습할 때도

내 선생님은 환자가 많아서 정신이 없지만

옆에 앉아있는 의사는 펜을 돌리며 신문을 봤다.

 

국의당에서도

내 선생님은 환자가 밀려서 정신이 없지만

다른 의사는 한가하다.

 

홍의당에서도 어떤 의사는 환자가 미리 줄 서 있지만

어떤 의사는 아주 조용하다.

 

병원 자체가 조용한 병원도 있다.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병원이지만 조용하다.

 

홍의당에는 의사가 200명 정도 있으나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들어왔다가 얼마 안되어 그만두는 의사들이 부지기수이다.

학교 교수도 들어왔다가 3개월도 안되어 그만두기도 한다.

환자가 미어터질듯 많은 어느 병원 주임도

들어왔다가 3개월도 안되어 그만두기도 한다.

 

병원자체에 환자가 많은 것은

3급/3차 병원의 특징이다.

3차병원이 아니면 환자의 유입량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3차병원이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3차 병원의 의사들이 모두 환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 안에서 환자의 낙수효과가 있어서

그나마 다른 병원에 비해 환자량이 많은 편이다.

 

나는 내가 일하는 홍의당이나 개원을 알아보면 어떠냐?

아니면 다른 곳 한번 알아봐라.

등 이야기를 해주었다.

 

처음 일자리가 영원한 일자리는 아니다.

나도 병원을 많이 옮겨다녔다.

10곳 이상 다녔다.

 

병원을 옮기면 환자가 떨어진다.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옮긴 병원으로 나를 찾아 올 환자는 별로 없다.

 

가능한 조건만 어느정도 된다면

처음엔 손해가 되어도

나중엔 마지노선을 넘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니 버티지 못한다.

시간을 투자를 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어디에서든 일부터 시작해보라, 고 했지만

고민만 하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고민이 되면 더 많이 알아보고 더 겪어봐야 한다.

경험과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다.

좋은 선택을 하려면 더 댓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운이 좋게 좋은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여기저기 겪어본 사람은

그 가치를 알아보게 된다.

하지만, 하나만 아는 사람은 그 가치를 모른다.

그러니 광고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후배 역시

직업 찾는 어플에서 병원을 찾아보고 있는 듯 하다.

거기에 구인광고를 내는 병원은 모두 새로 생긴 병원이다.

스스로 인력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병원 운영자들은

그들끼리 연락체계가 있다.

서로 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

의사들 사이에도 있다.

 

예전에 일했던 어느 병원 운영자가 연락이 와서

나를 다른 병원을 소개해주기도 하였다.

 

자리잡힌 병원은 인력시장에 잘 구인광고를 내지 않는다.

 

중국인도 의사로 일하려는데

암담하다.

 

병원은 정말 많은데

자기가 생각했던 의사처럼 일할 수 있는 곳은

하늘에서 별 따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사실 그런 곳은 없다.

 

병원이 의사에게 수입을 내라고 강요하지만 않아도 훌륭하다.

점심 저녁을 챙겨주기만 해도 훌륭하다.

 

하루종일 일해도 밥을 안주는 곳도 있다.

인센티브를 강도처럼 가져가지만 않아도 괜찮은 병원이다.

세금은 당연히 떼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사용하는 물, 전기에 대한 비용까지 받으려는 병원도 있다.

 

병원운영비를 내 수입에서 빼가려는 병원.

또는 내 수입을 다른 의사가 가져가려 하기도 하고.

별별 이상한 구조도 많다.

 

학생은 끝났다.

이제 그 이상한 사회에 들어와서

겪어봐야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고민이나 들어주고

이렇게 해봐라, 그건 어떤 것 같다, 정도의

코멘트만 해줄 뿐.

간여할 생각은 없다.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예전엔 후배를 데리고 병원에 데려가 면접도 보게 하고 했지만.

결국 살아남는 것은 자기가 해야할 일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 환자를 보면서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환자를 같이 보는 것과

내가 나의 환자를 보는 것은 다른 세상이다.

 

나도 선생님의 환자같은 경우는 아주 잘 치료할 수 있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내 환자와 선생님의 환자는 많이 다르다.

선생님에게 배운 것을 가지고

내 능력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의 능력은 내 능력이 아니기 떄문이다.

 

후배에게 먼저 일부터 하고

이상은 그 다음에 찾아라,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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