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배가 병원으로 왔다.
아직 학생이다.
치료를 받으러 왔다가
겸사 겸사 이야기를 하다가...
병원 근처에 일도 있다고 하여 일도 보고 오고
다시 내가 퇴근할 쯤 다시 들렀다.
배고프다.
그럼 햄버거나 먹자.
사실 맥주집인데
난 가끔 햄버거 먹으러 간다.
어메리칸 햄버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학생이니
열심히 공부해라.
집중해라.
할거면 집중해서 하고
안할거면 딴거하고...
공부는 잘하는데
학교 공부 잘해봐야 졸업하고 나서
아무 의미가 없다.
나와 비슷한 학번들이 일을 할 쯤
누군가는
뭔가 다른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차별화가 있어야 살아남을 거라고.
그가 택한 것은
여러가지 다른 치료법이었다.
한국에서 쓰는 무슨 치료법이다, 무슨 치료법이다.. 하면서
세트로 치료한다고 한다.
그러면 치료비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살아남겠단다.
결국엔 못 살아남고 한국갔지만...
난 어제 후배에게 말했다.
중국인 의사보다 잘해야 된다.
더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인이 왜 나를 찾아오겠느냐.
중국인 의사 만으로도 경쟁이 심한데
중국인 환자가 한국인인 나를 찾아올 이유가 없다.
중국어를 잘해서 말로 현혹시킬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한계가 있다.
그것은 중국인도 잘 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다.
나처럼 중국어도 어눌하면 어렵다.
나는 환자가 많기라도 하면 중국말을 하다가 정신을 못차리기도 한다.
침 놓고 하느라 힘든것보다
말하느라 힘든 것이 더 많다.
치료 효과가 있어야 중국인이 다시 온다.
그렇지 않고서
환자가 한국인이라고 오겠는가?
한국인이라는 선입견을 뛰어넘어야만 된다.
오늘 처음 온 환자 한명은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았고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 라고 하며 들어왔다.
순간 나는... 어??? 멈칫...
한국인인가? 컴퓨터에 뜬 것은 중국인 이름인데..
당황... ㅋ
침 치료해주면서
아퍼 아퍼 하면서 이러면 다음에 못와 ~ 라고 했지만
치료가 끝나고 나아지니
먼저 메신저 추가해달라고 하고 갔다.
아무리 특별한 치료이고 뭐고 다 소용없다.
환자는 의사를 만나서
병이 나아지길 바래서 오는 것이다.
치료는 좀 아프지만,
치료가 끝나면 나아지길 바라며.
나에게 치료 받았어도 효과 없으면
그 환자는 떠나가기 마련이다.
물론 100% 는 없기에 어쩔 수 없다.
나도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하고 해도 안될때가 있다.
모든 환자를 다 잘 치료할 수는 없다.
암튼...
아직 학생인데
꿈 많은 학생인데
너무 앞서 이야기를 했나? 싶다.
현장으로 들어오면 그때 이야기해줄 걸... 그랬나.
잔소리가 됐다.
내가 어제 저랬나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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