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할 때
정확한 계량은
누구나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도록 한다.
소스를 만들고
재료와 버무리면 끝~~ 하는 요리도 있다.
최근엔 만능 소스 라면서 시중에 파는 제품도 많다.
그런데
요리를 하는 것이 단순히 재료를 섞는 것만이 아니다.
칼질, 불질 들도 요리의 큰 부분이고
정확한 계량이 아니더라도
대충 감으로 때려 넣어도 맛있으면 장땡일 수도 있다.
재료의 비율이라든지
그런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레시피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간장과 설탕의 비율에 따라
장조림이 되는지
불고기가 되는지
일본식 간장 요리가 되는지...
나는 지금 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환자를 치료한다.
침 환자가 많은 편이다.
침을 놓고 있다보면
대부분 환자들에게 다 똑같이 침을 놓는다.
다들 병은 다른데
침은 똑같다.
그림이 똑같다고 할 수 있다.
등에 놓고 머리에 놓고 팔다리에 놓고
쓰는 혈자리도 다 거기서 거기.
근데 좀 다른것은 있다.
어떤 질병에 따라 놓는 혈자리가 있긴 하지만
그것 말고
그때 그때 감에 따라 놓을 때가 있다.
특히 다이어트/체형을 신경쓰는 환자의 경우이다.
하체비만이다. 엉덩이가 쳐졌다. 등에 살이 많다. 얼굴이 쳐졌다. 팔자주름이 생겼다.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볼이 쳐졌다. 눈 밑에 주름이. 팔뚝에 살이.....
이런 경우는 정말 감으로 침놓는 경우가 많다.
약간의 중력과 물리학/수학의 벡터와
환자의 생활하는 습관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려서
포토샵을 하듯이 침을 놓기도 한다.
물론 해부학의 기초를 가지고 침을 놓고
침구학의 기초를 가지고 침을 놓는다.
위험한/중요한 혈관/신경은 피해야 하고
연결된 근육은 어쩌구...
이게 공식으로 정해진 혈자리를 놓는 것이 아니라
정말 조각/조소 하는 느낌으로 침을 놓는다.
난 환자들에게 말한다.
체중은 난 책임 못진다. 알아서 적당히 먹어라.
근데 체형은 조각/깎아주겠다. ㅋㅋ
쳐진 엉덩이는 어느새 힙업이 되어 탱탱해지고 애플 힙이 된다.
늘어지는 허벅지는 조여져서 단단해진다.
허리가 생기고
늘어진 뱃살은 조여온다.
등의 쳐진 살은 마치 등뼈 사이로 흡착되듯 착 들러붙는다.
팔뚝의 흔들거리는 애들은 팔뼈로 달라붙는다.
얼굴의 심통같은 볼살은 줄어들고 군살도 빠지고
분홍색 안색이 돌아온다.
다들 점차 핑크색이 어울린다.
어떻게라고 설명하기 힘든게
환자의 그때그때 상태를 보고 침을 놓는다.
대부분 다이어트 하러 온 것이 아니었는데
병에 대한 치료가 다 끝나고 나서
다이어트 가능? 하더니
계속 침을 맞는 환자들이다.
일주일에 한번 온다.
치료할 때도 그렇다.
치료를 위한 혈자리는 이미 다 놨는데
왠지 이 사람은 이것도 하나 더 놔야겠다. 하고
침을 몇개 더 놓곤 한다.
이것을 감感, 영감灵感 이라고 한다.
근거가 좀 부족하지만
뭔가 이런게 있었던....
임상에서, 환자 앞에서 떠오르는 그런 것이 있다.
처방을 할 때도 그렇다.
어떤 환자가 온다... 고 들으면
머리 속에는 이미 처방을 써놓을 수 있다.
사실 환자를 보지 않고 증상만 들어도 처방을 쓸 수 있다.
그렇게 고민하지도 않는다.
환자를 많이 접하다보니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효과를 봤고, 있었던 약을 쓰면 대부분 효과가 있다.
물론 효과 없는 경우도 있다.
근데 환자가 직접 왔을 때
나에게 준 사전 정보가 잘못된 경우가 있다.
이런 걸로 치료할라고~~ 하고 왔는데
와서 보니 저런 거였다.
그렇게 되면 머릿속의 처방은 사아악~ 다 지우고
다시 처방을 쓰면 된다.
어떤 경우는
문득
이 약을 써야겠네... 할 때가 있다.
특별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떠오르는
감感, 영감灵感 이 있다.
그것은
오랜 시간
의학의 이것 저것의 자료를 접하다가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들이라
출처가 어디, 근거가 무엇 이라고 하기엔
나도 잘 모를 때가 있다.
근데 아득하게 근거가 보인다.
책을 안본지 오래되서 그럴 수도 있다.
예전 만큼 책 속의 근거를 툭툭 내뱉지 못한다.
<황제내경>을 다시 한번 읽을 때가 온 것 같다.
책이 모두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책을 안본다.
감感이든 영감灵感이든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무것도 없는데 떠오를 수 없다.
감感, 영감灵感은
긴 시간 수련을 통해
툭하고 튀어나오는 조건반사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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