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70대.
휠체어를 타고 진료실에 들어왔다.
걸을 수는 있는데
몇 걸음 걷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병을 하나하나 보면
다발성 뇌경색, 뇌 위축, 심근경색, 심장 혈관 우회술, 아토피, 딸기코, 허리디스크, 다리근육 위축, 청력 감퇴
에.. 또 뭐 가 있더라.
마치 거대한 병원체가 들어온 듯하지만
모두 다 치료할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것이냐.
한 번에 이 많은 병을 다 풀어버릴 수는 없다.
효과가 느리지만 치료해야 하는 것이 있다.
뇌와 심장.
생명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다발성 뇌경색, 뇌 위축, 심근경색, 부정맥
이것은 탕약으로 치료하기로 한다.
피부염이 있다.
팔 양쪽에 붉게 올라와 있다.
약을 더 추가할 공간이 없다.
(홍의당은 의료보험 시스템 때문에 약재를 26가지 이상 쓸 수가 없다, 초삼선만 써도 벌써 3개다)
수부 연고 샘플을 주었다.
이거 발라.
코에도 발라.
딸기코.
뭐가 있다고 자꾸 코를 만지나 보다.
걷기가 힘들다.
다리에 힘이 없다.
엉덩이부터 다리 근육이 많이 위축되었다.
특히 왼쪽 다리는 경직도 있다.
이것은 침으로 치료한다.
오른쪽 청력이 많이 떨어졌다.
이것도 침으로 치료한다.
탕약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치료한 지 2주 되었다.
일주일에 3번 와서 침 치료받고
일주일에 한 번씩 탕약을 조절해 준다.
피부는 이미 가렵지 않고
딸기코도 점차 줄어들었다.
피부가 오돌토돌한 것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빨간 코는 거의 사라져간다.
진맥을 하면 부정맥은 존재하지만
가슴/심장이 불편하진 않다.
인지능력도 좋아졌다.
말도 조금 빨라졌다.
정신상태도 맑아졌다.
왼쪽 다리가 아픈 것은
처음엔 큰 근육을 치료했더니
작은 근육이 아프단다.
그다음에 작은 근육을 치료했다.
마르고 단단했던 다리 근육이 말랑말랑 해졌다.
3회 치료 때부터 휠체어를 타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왔다.
환자에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라고.
오가면서 사람들이 부딪힐 수 있다.
지팡이를 들고 있으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조심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지팡이는 쓰지 않아도 들고 다닌다.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데
사람들에게 밀려서 넘어지면 곤란하다.
도로아미타불.
얼마나 치료받으면 될 것 좋아질 같아?라고 묻는다.
3주 치료해 보자.
3주면 어느 정도 다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청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조금씩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 것 같다.
하루는 나에게 말한다.
爆肚 먹어봤어?
먹어봤지~ 소 내장.
자기 마누라가 빠오뚜~ 를 잘한다.
집으로 초대하겠다.
하하하~ 먹고 싶을 때 이야기하겠다.
爆肚 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 이후로 안 먹었는데.
학생 때 점심에 빠오뚜~ 를 먹다가 술을 한잔하기 시작했는데
오후 수업을 안 들어갔다. ㅡ.ㅡ;
취해서 가방만 들고 도망 나왔다.
물론 빠오뚜~ 때문이 아니라
그때 병원 선택 때문에 학생들끼리 갈등이 있었고
그거 이야기하다가 술이 술을 불러서
ㅡ.ㅡ;
좀 부끄러운 기억이다.
대낮부터 취해서.
낮술 안 좋아한다.
각설.
아무튼.
환자는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이제 치료한 지 2주 되었는데
환자 본인도 느끼고 있다.
이제 스스로 걸어 다니니 아내분의 부담이 줄었다.
물론 아직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씩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휠체어를 들고나오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좋다.
아내분도 같이 치료를 시작했다.
허리도 치료하고 불면증도 치료하고.
같이 와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치료받고 같이 가니 더 좋은 것 같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운동을 해도
조금이라도 지나치게 운동하지 않도록 한다.
산책을 하는 것이 고작이겠지만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요즘엔 집 안에서도 걷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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