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이 엄마가 치료를 받았다.
2주 만에 만성 기침과 비염이 다 나았다.
아이도 데리고 왔다.
여, 7세.
비염.
그리고 아토피도 있다.
진맥하자~
엄마 이게 뭐야?
하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 잘알기에)
아이는 유아시절의 흰가운 공포는 극복할 나이지만
주사는 무서운 나이이다.
게다가 이미 주사 맞으면
사탕 줄께, 뭐 사줄께, 뭐 해줄께~ 했던 시절이 지났다.
진맥하고 탕약을 처방해주었다.
아이는
말소리가 코 안이 꽉 막혀있는 소리이다.
입으로만 숨쉬는.
침 맞아볼까?
싫어!!!
그래~~ (왠지 아는 안도)
탕약만 처방해주고
잠깐 코와 손을 지압해주었다.
코로 숨을 들이쉬어 보라고 했다.
어때? 코로 숨이 쉬어지지?
응..
잠시 후 콧물이 안에서 줄줄 나오기 시작한다.
코 풀어~
몇 차례 계속 코를 풀었다.
이제 코로 숨 쉴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코 안 깊은 곳이 막혀있다.
몇 번 더 눌러주었다.
콧물이 주루룩 나오려고 한다.
다시 코를 푼다.
코 안에는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있고
염증을 배출하기 위해 콧물이 나오는데
다시 들이마시기 때문에
또는 잠잘때 제대로 배출시키지 못해서
비염이 된다.
먼저 안에 있는 콧물을 배출시키면서
염증을 치료해야 한다.
침은 맞지 않고 탕약만 처방하고 갔다...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침 맞겠단다.
엉?
엄마의 설득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아이가 맞아볼까? 해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통곡의 직업.
소아과 의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7세.
어쩌면 아직 7세.
과도기에 걸린 나이.
나이가 좀 더 있으면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적지만
유아시절의 고통에 대한 공포와
이미 모든 달램을 다 겪어봤으나 소용없다는 것.
그러나 용기를 내어서 들어왔으니
내식대로 정면으로 돌파한다.
시작은
침은 어떻게 생겼어요?
침부터 보여줘야 한다.
아주 작고 얇은 침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이걸 놔야겠다.
처음부터 제대로 침을 놓는다고 했다가는
아이는 용기내기엔 너무 거대한 침을 꺼낼 수 없다.
아주 작고 얇은 침도 무섭다.
이게 어떻게???
머리에 하나 놔볼까?
머리만 뒤로 도망간다.
놓는다고 하다가 머리가 뒤로 도망가고
결국엔 조그만 두 손이 올라와 내 손을 막는다.
오른손으로 휘휘 돌리다가 왼손으로 침을 하나 머리에 꽂았다.
(다행이다~!! 난 왼손으로도 침을 놓을 수 있어서. 잘 했어! 잘했어!!)
모르게 침을 놓으면 안되지만
우선 하나 침 느낌의 경험이 있어야 하기에.
속이고 침 놓으면
아이는 화내고 억울해하고 복잡한 감정이 생겨서
더 어려워진다.
어? 침 놨어요?
엉~~
엄마가 사진 찍어서 보여준다.
안아프지?
엄마도 맞고 나도 내 머리에 침을 꽂고 있었다.
그럼 몇개 더 놓자~~
결국 여러 과정을 거쳐 몇개 더 놨다.
힘들게.
코는 바로 못 놓겠고.
아이는 장난인지 무슨 생각인지
자기 손바닥에 놓으면 안되냐고 한다.
놔주고 싶지만
거긴 아퍼~~~ 안돼~ 라고 했다.
아프면 침 안맞는다.
그 이후 침은 사라진다.
인당혈에 하나만 놓자~
거긴 아프자나요.
손끝으로 눌러주고
이런 느낌이야~~
안아퍼~~
결국 아이 손에 침을 쥐어주고
내 인당혈에 침을 놓아보라고 했다.
(눈만 찌르지 마라~~)
아이가 내 인당혈에 침을 놓았다.
괜찮지?
자 여기에 하나만 놓아보자~~
내 살신성인도 소용없었다.
자기는 손에 놓고 싶단다.
손바닥 한복판에.
(야 거긴 나도 내가 못놔!)
옆에서 보던 아이 엄마가
의사도 참 힘드시겠네요~~ 라고 한다.
3D 입니다. ㅋㅋㅋ
소아과가 정말 어려운 것이
아이가 말을 쉽게 들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해서
부모/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
초등학생이 지나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잘 알아들어주면 된다.
그래도 아이가 얌전한 편이라 다행이다.
30분동안 머리에 침 5개
한쪽 손목에 1개.
반대쪽 손목은 놓지도 못했다.
다음 기회에... 기회가 있다면..
어린아이라고 해서
침 치료비도 반만 받았다.
침 치료를 내가 다 놓았다면 다 받았겠지만
다 놓지 못했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던 걸로.
약값을 내던 엄마가 어머 얘는 왜 약이 이렇게 싸요?
엄마가 먹었던 약값의 절반...
아이는 약을 많이 못써요.
소아과 의사님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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