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20대 후반.
한국에서 치료 받기 위해 왔다.
중국어를 할 줄 안다.
출장을 온 줄 알았더니
치료 받기 위해 왔단다.
어렸을 때 부터 전신에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다.
피부가 이미 두꺼워졌다.
양방, 한방 치료를 받았지만
낫기도 하다가 심해지기도 하다가 반복했다.
피부가 두꺼워지고 있다.
침을 놓아주고
부항을 해주었다.
피부가 두꺼워지고 탄력이 줄어들어
부항이 떨어지기도 한다.
침을 놓고 부항을 해주니
몸이 서늘해졌다고 한다.
진료실에 에어컨을 켜두었지만
그동안 시원하다고 느끼지 못했나 보다.
몸의 열이 쑥 빠진 느낌.
다시 차오르긴 하겠지만
몸 안에 가득찬 열이 좀 빠져서
시원한 느낌이 들 것이다.
이런 피부염 환자는 온병의 혈분열증血分热证으로 본다.
상한론에는 피부반점 같은 피부병에 대한 내용이 없다.
온병의 혈분열증에서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더 심해지면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상한론이 피부병에 쓸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온병으로 치료하는 것이 더 가깝다는 뜻이다.
처방이 상한이든 온병이든 어찌되었든
의사의 환자 병에 대한 이해가 어떤지가 중요하다.
이해가 있으면 치료법이 생기고
치료법으로 치료하여 나아지면
그 이해가 옳다는 것이 증명된다.
상한론과 온병학의 차이는
병을 이해하는 방법의 차이이지
처방의 차이가 아니다.
상한론의 처방으로도 잘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
그러나 상한론의 이해로 온병학을 치료하기는 어렵다.
상한론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한론의 가치를 너무 높게 보지 말라는 것이다.
2000년동안 수많은 이론이 생겨났는데
그것을 새로 배우고 적용해야지 않겠는가?
5G 시대에
집전화나 2G 핸드폰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온병학도 완벽한 이론은 아니다.
새로운 견해나 이론을 받아들이고
임상에서 적용하며 다시 발전시켜야 한다.
이 환자가 이전에 치료를 받으면서
탕약을 복용하면서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었단다.
어떤 방법과 처방으로 치료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열성热性 약재가 조금만 들어가도 심해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성寒性 약재만 쓸 수도 없다.
온병학에서 위기영혈 모든 단계에 투열전기透热转气 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환자의 몸이 상하게 된다.
이것은 열을 몸 밖으로 꺼내는 것이지
몸 안의 열을 식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그 열이 어디에 있느냐고 한다면
대답하기 곤란하다.
해부학으로 보이는 열이 아니고
해부학의 위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뜨거운 것을 냉장고에 넣는다고
또는 뜨거운 불에 얼음을 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온도의 더하기 빼기 문제가 아니다.
마치 불과 얼음이 같이 있으면 서로 상쇄될까?
아니다.
불은 불이고 얼음은 얼음이다.
그 둘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몸 안에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그렇기에 침과 부항으로
열을 꺼내면
몸이 서늘해지는 것이다.
몸을 차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탕약으로 피부를 치료한다.
몸의 발란스를 맞추고
열을 내려주며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고
활혈하여 열이 기대거나 붙어있을 곳이 없게 해야 한다.
처방은 장수가 병사를 잘 쓰는 것과 같다고 한다. 用药如用兵
약은 곧 사람과 같은 것이다.
그 성질을 이해하여 써야지
다른 사람의 이해는 내 이해를 도와줄 뿐
내가 이해하는 약은 또 그들과 다르다.
어려서부터 앓던 병이라
치료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 북경으로 치료받으러 왔으나
다 치료해서 보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나아지고 좋아지고 나서
한국에서도 꾸준히 치료받는다면
피부도 어느 정도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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