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이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을 알려준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운전을 하면서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은 없다.
네비게이션.
이것은 옛날의 나침반이었다.
남쪽과 북쪽을 알려주는 자석.
동서남북 방향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지남指南 이라고 하여 지남철이라고도 한다.
이 말은 책 제목으로 쓰이기도 한다.
《临证指南医案》
임상의 지남이 되는 의안/사례.
인생의 방향은 알려줄 수 있으나
길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길을 찾는다.
그 길은 스스로 가야한다.
어떻게 해야하나요?
어떤 경우 바로 지름길에 들어서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좀 돌아가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좀 돌아가더라도 막히지 않을 수 있고
지름길에 들어섰더니 막혀버릴 수도 있다.
어떤 경우는 오직 하나의 길만이 존재할 수도 있다.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해봐야 아는 일이다.
해보지 않고 결과를 알 수 없다.
내가 간 길이 지름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나봐야 저쪽 길로 갈 걸 하고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그런 경우는 인생에 별로 없다.
이미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상황도 달라진다.
이리저리 헤매는 환자들을 본다.
수많은 의사를 겪어보고 나에게 온 환자가 있다.
어떤 경우는 처음부터 나를 만난 환자도 있다.
나에게 치료받다가 다른 의사들에게 치료받고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한 구안와사 환자.
나에게 잘 치료받다가 어느날 부터 오지 않았다.
2달쯤 지나서 다시 왔다.
구안와사가 많이 좋아졌는데
다시 안좋아졌다.
그동안 다른 의사에게 치료 받았다.
나보다 치료비가 비싸서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거기에서 치료받았다.
아무 차도가 없으니
다시 돌아왔다.
치료비가 비싸서 좋고
치료비가 싸서 안좋은 것은 아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면 된다.
다시 치료를 했지만
시간이 이미 2달이 지났다.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
눈이 쳐져서 떠지지 않는 것만 치료해주었다.
그러다가 다시 오지 않았다.
이사갔다고 한다.
1~2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왔다.
얼굴은 그냥 그런대로 살겠다고 한다.
심계心悸로 심장이 두근거려서 왔다.
한동안 또 치료받다가 오지 않았다.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겠다고 한다.
한동안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다시 연락이 온다.
처방전만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주었다.
환자는 길을 모른다.
의사가 이쪽으로 가보라고 해도
길을 가는 것은 환자이다.
아마 우리가 길을 묻는 사람에게
저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으나
엉뚱한 곳으로 가는 사람을 겪어봤을 것이다.
나침반/지남철이 있다고 해도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
지름길이란 것도 사실
지도상에나 존재할 뿐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하나의 비유일 뿐이다.
환자가 오면 묻는다.
어떤 것이 효과가 가장 빠른가.
잘 치료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빠르다.
지름길은 땅 위에만 존재할 뿐
우리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돌고 돌아봐야
무엇이 결과가 좋았고 무엇이 결과가 안좋았는지 알게 될 뿐이다.
빙글빙글 돌아다녀도 좋다.
중요한 시간만 놓치지 않는다면.
삶을 돌아보면
힘들었던 시기, 돌고 돌았던 시기가
할 말이 제일 많다.
지나보면
평화로움보다
고난을 겪으며 버텨낸 시간이
더 값진 경험이다.
돌고 돌아온 그 길이 인생의 지름길이다.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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