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먼 옛날,
한 15년전 쯤.
ㅡ.ㅡa 늙었네.
침구과 선생님에게 배우고 있었다.
4년정도 배웠다.
일주일에 3일.
선생님의 진료시간마다 따라다녔다.
하루 빼고.
나는 침구학 전공이 아니다.
나는 각가학설/문헌학/의안학 이 전공이다.
논문 주제가 침구학 관련이고
사암침법이었는데
억! 하는 효과를 봐서
좀 배워야 겠다고 다음날부터 따라다녔다.
그렇게 4년.
선생님은 나보다 24살이 많았다.
침이란 것은
손으로 내가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일이다보니
그냥 단순히 혈자리를 안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혈자리에 놓으면 된다?
효과는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르다.
침을 놓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것은 이미 침구학계에서
침 좀 놓는다는 사람들 안에서는
논문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무엇이 있었다.
아직도 그것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왜?
중의학/한의학을 현대과학으로 설명하려고 하니
절대 설명할 수 없다.
둘은 다른 의학체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중의학/한의학을 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스스로의 의학체계에 대해 이해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이든 중의학계의 침구학과 교수님들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
모두 말을 아끼지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아닌 사람도 많다.
내가 배우던 당시만 해도
이미 내가 배우던 교수님들은 모두 은퇴했고
그보다 조금 젊은 현대과학의 방법으로 연구했던 교수님들이
학교 짱이었다.
그들은 음양오행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의학/한의학에서 음양오행을 말하지 않고서
어찌 설명이 가능한가?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시대 흐름에 따라 배웠고
교수가 된 것이다.
그들이 주류였다.
저 노인네들, 아직도 음양이네 오행이네 하면서 뒷방 늙은이처럼...
하지만 나의 스승님들은 전혀 자리를 탐내지 않았다.
좋은 것이 있으면 써보고
내 스승님 두분은 모두 70대이지만
아직도 도전정신이 있다.
그리고 밝다.
난 두 스승님이 밝아서 좋다.
재물을 탐내지 않고
그냥 자기 하는 일 열심히 하고
재미있게 하고
책임감 있게 할 뿐이었다.
나처럼 투덜대지도 않고
그냥 할 일 할 뿐이었다.
난 솔직히 환자를 볼 때
내 모습에서 스승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내가 따라하고 있구나.
스승님의 말투도 따라하고
어떤 모습도 따라하고
10여년을 보아왔더니
따라하고 있더라...
아직도 무의식에 따라하는데
이젠 그냥 그렇구나.. 한다.
팽건중 스승님과 있을 때는
스승님의 생각을 훔쳤다.
약재 하나를 쓰는 생각을 훔쳤다.
장쥔 스승님과 있을 때도
스승님의 침 놓는 손을 훔쳤다.
침 놓는 그 손의 사소한 습관을 훔쳤다.
훔쳤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검증 받을 수 없는 일이다.
두분 스승님에게 침을 놔드렸지만..
만족하실지 모르겠다. ㅎ
장쥔 스승님과 팽건중 스승님 두분 다 만족하시긴 했지만.
나에게 두 분의 스승님은
나의 지붕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한 분
심홍강 스승님도 있다.
내 침이 정형화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다.
사실 역할은 안하셨지만
내가 훔쳐서 많이 배웠다.
침은 정형화 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분 덕에
내 침이 누구에게나 효과있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침구학 지식을
모두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다 똑같이 놓는데
환자는 다 다른 병을 치료한다.
팽건중 선생님의 처방도 그렇다.
다 똑같이 처방하는 것 같은데
환자의 다 다른 병을 치료한다.
똑같이는 아니고 조금씩은 다르다.
그래서 그냥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의사가 되었고
생각보다 환자 치료율도 높다.
92~3%.
스승님이 그랬다.
90% 이상의 치료율과
90% 이상의 재진율을 목표로 해라.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치료율과 재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90%는
옛날 중국의 의사 봉급제도에서 나온 말이다.
10명 중 9명을 치료하면 상의上医 라는 것이다.
10명 중 5명을 치료하면 파직 시켰다.
아무리 명의라도
10명 중 10명을 치료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 역시
스승님들의 생각을 훔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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