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 의사생활/경험담

생 녹용을 들고 온 환자

박쌤 ParkSam 2025. 4. 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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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녹용을 잘 쓰는 편은 아니다.

비싸기도 하고

적은 양으로도 강한 효과를 내기에

조심해서 쓰는 편이다.

 

녹용은 몸에 부스터 같은 역할을 한다.

자동차가 오래되어 덜덜 거리고 느리다.

여기에 부스터를 넣어 속도가 올라가지만

차가 버틸 수 있을까?

갑자기 속도를 올리면

차가 버티기 어렵다.

 

천천히 올려주어야 하고

적정선에서 그쳐야 한다.

 

좀 더 달려볼까? 하고 도전했다가

차가 부서진다.

몸체가 부서진다.

 

몸을 보하는 약은

천천히 보하는 것이 좋다.

나아지는 듯 좋아지는 듯

아 좀 낫네~ 이정도가 좋다.

살짝 부족해야 한다.

한번에 정상 궤도로 올려놓으면

그 다음 약은 정상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정상궤도를 유지하게 되면

차츰 몸이 익숙해지고 그 궤도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생긴다.

 

몸이 좋아졌다가 안좋아졌다가 하는 이유도 관성의 일종이다.

안좋은 상태로 오래 있으면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다.

즉 몸과 병이 하나가 되는 상태가 된다.

오래된 병은 천천히 나아진다.

나이가 많을수록 천천히 나아지게 하는 것이 좋다.

 

약을 먹고 정상 궤도에서 튕겨져 나가면 오히려 더 겁이 난다.

 

녹용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있다.

 

남, 50대 후반.

작년.

직접 녹용을 들고 왔다.

이것으로 보약을 해달라고.

덩어리 생 녹용.

편으로 짤라있지도 않고 녹용의 한 덩어리.

중간 부분인 것으로 보이고,

얼려 왔다.

녹으면 피가 흐른다.

피도 빼지 않고 말리지도 않고

아마 채취하고 그대로 얼려버린 것 같다.

 

병원에서 약방에서 이것을 잘라주지 않는다.

피가 여기저기 튀기 때문이다.

피를 빼고 약간 건조시켜서 자른다.

자르지 않으면 쓰기 어렵다.

할 수 없이 환자 스스로 다시 잘라 왔다.

 

앞으로 여기에서 보약을 지어먹을 것이니.

병원에서 보관해달란다.

 

병원장도 그 환자를 믿으니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나는 잘려진 녹용을 겉에 붙은 적당히 씻어서

나누어 진공포장을 하고 병원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건조되지 않아 물렁물렁하다.

 

처음 진료할 때의 만성 소화불량에 더부룩함은 다 나았다.

그러나 만성대사성 질병이 있다.

통풍,

단백뇨,

고지혈증이 있다.

최근에는 소변을 참지 못한다.

전립선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다 한번에 치료하기는 어렵고

조금씩 나아질 수 있도록 처방했다.

이 환자는 늘 20일씩 약을 짓기를 원했다.

먼 곳에 살기에 병원오는데 힘들다.

20일 지어주면 한달 복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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