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것.
준다.
환자가 나에게 초콜렛도 주고
과일도 주고 과자도 주고 술도 주고 차(茶)도 주고 빵도 주고
고기도 주고 야채도 주고 쌀도 주고.... 또 뭐 있나?
작은 금 달린 악세사리도 받아봤다.
와~ 금이다~~~.... (이거 무게는 나가니? )
크리스탈로 된 술병, 술잔 세트도 받아봤다.
야 이걸 어따쓰라고?? 손모가지 나가것네.. 컵 하나는 연필꽂이로 쓰고 있다. ㅡ.ㅡ;
뭘 주면 나는
고맙다고 하고
받아 준다.
받아, 준다.
받는 것이 나에겐 주는 것이다.
무겁게 들고 온 것을
나 안먹어 하고 돌려보낼 수는 없다.
드라마 <슬기로운의사생활> 보면
커피도 받으면 안된다는데
중국에서는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나보다.
물론 치료비/진료비 외의 돈은 받으면 안된다.
사실 때때로
큰 물건을 받으면
박스로 받거나 하면 부담스럽다.
저걸 어떻게 집에 가져가지?
과일을 받거나 하면 제일 난감하다.
난 과일을 안먹기 때문에.
대부분 나눠준다.
난 복숭아 알러지가 있다.
어렸을 떄 없었는데 생겼다.
아마 다리 수술할 때 수혈이 원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엄마는 복숭아가 나오면 맛있다고 깎아준다.
나에게 복숭아를 준다.
허어~~~ 한숨을 내쉬고...
한조각만 먹어주고 접시를 물린다.
한조각 먹는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기에.
살짝 간지러움 참거나 약 먹으면 되니까.
엄마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이다.
받는 것과 주는 것이다.
내가 해주는 것이다.
무지개 반사~ 가 아니라
화를 내지도 않는다.
알러지 있는 나에게 복숭아를?? 친엄마임? 할 수도 있으나
한조각만 먹고 접시를 물린다.
그러면 엄마는 그때 아, 얘가 알러지가 있었구나.. 한다.
내 상황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나 뿐이다.
내가 바쁘고 한가하고 누가 알 수 있는가?
사람들은 말한다.
나 바뻐~ 라고 하면
왜 바뻐~ 라고 한다.
일하니까 바쁘지...
전혀 바쁠거라고 생각안했다는 것이다.
복숭아가 맛있으니 아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그 맛 나도 알지만
먹고 나면 목이 간지럽고 배가 아프다.
한번 나도 내 알러지를 까먹고
절에 가서 봉사할 때
개복숭아를 땄다.
헉~~
양쪽 팔과 손,
그리고 갈비뼈가 붉게 올라오고 가렵다.
나도 내가 알러지 있다는 것을 깜빡 했다.
주변에서 괜찮냐고 하는데
이미 가렵고... 뭐 너무 가려웠는데
참는 것은 아니였지만
괜찮았다.
긁지도 않았다.
내 마음이 괜찮았다.
가렵다고 괴로워하지 않았다.
가렵지 않고 싶어하면 괴롭다.
그러나 가려운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괴롭지 않았고
팔 가려운 것도 밤이되니 가라앉았다.
찬물로 자주 씻어냈다.
아마 가렵다고 긁어댔으면
더 심해져서 밤새 잠을 못잤을 것이다.
그냥 팔이 가렵구나... 알아차림.
긁는 표현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
절에 가서 수행하는 마음이 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었을 때
받아주지 않으면
기대했던 마음이 다친다.
받아주는 것도 그런 것이다.
받지만, 받는 행위를 주는 것이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
주면서도 기뻐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고
받으면서도 물건보다 주는 마음을 고맙게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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